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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Feb 18. 2019

명소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어느 장소에서 머무는 시간만큼 그곳에 가는 시간이 들었다

중앙동에서 남포동 한가운데까지는 걸어서 10분 남짓. 나도 남포동에 가는 길에는 종이지도를 손에 들고 두리번거리는 외국인 여행객들을 몇 명이나 보게 된다. 순조롭게 가는 이들도 있지만 둘이서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며 몇 걸음 가다 멈추다 지도를 다시 보는 일행을 볼 때에는 한 번도 발동하지 않은 오지랖이 발동하려고 한다. 부처님이 옆방에 있어도 문을 열어보지 못하면 모른다고 했던가. 고개만 들어도 용두산공원 보이는 부산근대역사박물관 앞이니 더 헤매지는 않겠지. 2분만 더 걸으면 번쩍거리는 광복동 거리를 반갑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시내 외곽의 숙소에서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던 낯선 길이 문득 생각날 때가 있다. 제대로 찾아가는 건지 몇 번이나 다시 현재 위치를 확인하느라 기대 반 긴장 반이었다. 가는 길이 그 자체로 볼거리가 풍부하거나 아름다운 풍경이었던 적은 드물었다. 버스터미널이나 공항 주변에서 느끼는 무장소성, 그러면서도 도시의 공통적인 풍경으로 작용하는 아이러니였다. 환상적인 이미지 몇 개만 보고 떠난 여행은 처음 보는 신호등 그림, 뜻을 모를 광고판들 따위들로 균형을 맞췄을 때야 내가 다른 장소에 왔다는 것을 실감을 완성시켰다. 실제로 어느 장소에서 머무는 시간만큼 그곳에 가는 시간이 들었다. 과정이라는 것을 여행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극대화해서 경험한다. 이제는 처음 가는 도시에 가면 그곳의 명소 못지않게 골목길을 기억에 남도록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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