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미러의 아이러니

다른 사람들의 핸드폰을 엿보지 않으려면 내 액정을 볼 수밖에 없었다

by 정원

16. 모처럼 핸드폰을 보지 않으려고 이어폰을 꽂았다. 보지 않아도 핸드폰과 연결되어 듣기라도 해야 한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 중이다. 주변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무표정하게 핸드폰을 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핸드폰을 엿보지 않으려면 내 액정을 볼 수밖에 없었다. 발버둥쳐도 나갈 수 없었던 블랙 미러 속 사람들처럼 내 작은 일탈도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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