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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Mar 20. 2019

위무

누군가에게 받아야만 풀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스트레스로 인한 경직이 심해 200만 원어치 전신 마사지를 끊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처음 받는 마사지는 며칠을 몸살 할 정도로 아팠지만 나중에는 성에 안찰 정도로 강한 지압에 익숙해졌다. 여행을 갈 때면 꼭 마사지숍에 들렸다. 스스로 근육을 키우거나 명상으로 답을 찾을 생각은 안 했다. 누군가에게 받아야만 풀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줄 줄 안다고 이따금 그의 몸에 손을 올리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지압점에서 머물 때면 그는 정말 시원해했다. 처음엔 내가 손맛이 있는 사람인 줄 알았지만 악력이라곤 없는 내가 그럴 리가. 아무 데나 눌러도 다 시원해했다. 시원한 느낌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오버한다며 웃어넘겼다. 하지만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정말로 좋은 기분이라는 것을.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울컥한다. 그런 어루만짐을 받은 적이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 생각이 들자 그가 기분 좋은 탄식을 하는 등 뒤에서 몰래 눈물을 훔쳤다.  왜 아무도 그를 그런 식으로 만져주지 않았던 걸까. 나는 왜 더 많이 주물러주지 못했나. 나는 왜 그를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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