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편하게 못 있는 엄마들의 속사정
엄마의 업무강도는?
육아휴직을 하면서부터, 엄마라는 자리가 '직업'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할 때도 '디자인'업무만 한 것이 아니라 기획, QA, 인적관리를 하면서 동시에 디자인이란 범주 안에서도 그래픽, 편집, 영상 등 다양한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엄마란 자리는 요리, 심리, 교육, 의료 등 정말 다양한 분야를 알아야 잘할 수 있는 자리임을, 엄마가 돼 보기 전엔 몰랐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인터넷을 급히 뒤지고 지인을 수소문해 문제를 대처하는 것이 꼭 일하는 것 같았죠. 게다가 제때,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실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거대한 리스크의 일이었습니다.
바깥에서 일도 해보고, 집에서도 일을 해보지만, 집안일과 육아가 가장 어렵고 티도 안 납니다. '엄마'라는 직업은 내 아이에게 대체 가능하지도 않고 오로지 '나'만 할 수 있는 무척 귀한 일이기도 하죠.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할 수 있는 지식, 의료, 무한 봉사를 제공해 주는 엄청난 일인 진데.
집에서 편하게 노는 육아맘?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건 속상한 일입니다. '엄마들은, 집에서 아이와 편하게 있으니 좋잖아.'라는 말속에는 집에서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는 한량의 이미지가 있습니다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겐 거리가 먼 소리죠.
엄마 육아든, 아빠 육아든, 아이가 기관에 다니기 전까지 약 3년 간, 누군가는 메인이 되어 육아에 전념해야 하고 그 기간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나중에 더 힘든 과정을 감내해야 합니다. 육아 서브를 하며 경력을 지켜내는 것이 비교적 수월한 상황. 그럼에도, 육아가 메인이 되는 쪽에 전업이라는 단어를 붙여 '논다'라는 인식이 있다는 건 억울한 일입니다.
구글 맘 캠퍼스에서 4주 차 수업을 들으며, 엄마란 자리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꿈이 있는 엄마'의 삶은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우는 아이를 얼르며 경영 수업을 열심히 듣는 엄마들, 자신의 사업을 자식처럼 일구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이 투철한 이들이 '집에서 편하게 논다는'말이 과연 어울리는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죠.
엄마가 직업이라면...
제발 좀 퇴근하고 싶다
꼭 커다란 꿈과 목표가 있어야 훌륭하고 멋진 엄마인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의 성장에 대해 고민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살고자 노력하면 멋진 엄마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을 이끄는 가운데 그런 고민을 하고, 자기 자신을 돌볼 수 있으려면 현실적인 여유가 꼭 필요합니다. 그것은 '논다' 가 아니라 '쉰다'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오늘 저녁만 해도, 아이는 먹던 포도맛 젤리를 엎고 쿠션에 비비고, 겨우 정리하고 제 밥 한술 뜨려던 차에 응가가 마렵다며 지정된 곳에 서있어 달라고 요청합니다. 다시 치우고 제 밥을 먹으려고 하니 놀자고 매달리며 혼을 쏙 빼놓습니다. 결국 밥을 꾹꾹 쑤셔 넣고 일어섰죠.
그나마 3살과 4살의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엄마는 잠깐 밥을 먹어야 하니 기다려달라"라고 하는 말을 조금씩 밀키가 이해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화장실에 갈 때도 엉엉 울면서 따라붙지 않고, '5분만 쉴 수 있게 도와달라'라고 할 때도 곁에서 가만히 기다려 줄줄 압니다.
그렇게 조금씩 찰나의 여유를 찾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를 다잡습니다. 원체 인간은 '자기 몸을 편하게 하기 위해' 행동하는 쪽으로 설계되었는데, 아이보다 내 몸을 편하게 하려고 움직이면 죄책감을 느껴야 하니 조금 서럽습니다만. 엄마도 사람이니 필수적인, 혹은 잠깐의 여유가 내게 꼭 필요하다 생각하면 이제 아이도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육아의 고통스러운 3년이 지나고 조용히, 100% 아이의 삶에서 다시 내 삶으로 중심이 옮겨가는 것을 느낍니다. 그렇다고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나, 새로운 인생 여정을 꾸려가는 것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즐겁게 임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런 가운데 한 아이의 '엄마'라는 과정을 견뎌온 스스로가 대견하고, 그래서 더 스스로에게, 엄마들 서로에게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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