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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키베이비 Sep 19. 2017

담양에서 별을 세다 - 죽녹원 편

밀키베이비 국내 가족여행

엄마를 따라다니는 밀키 오리(?)

담양은 꽤 큰 지역이었어요. 동선을 잘 정해서 가지 않으면 도로에서 시간을 낭비하기 딱 쉬웠죠. 때문에 가장 보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을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정했어요. 밀키 가족은 담양에서 유명하다는 대나무를 원 없이 보고 싶었습니다. 힘들게 찾아간 소쇄원은 하필 공사 중이어서 진이 빠졌는데, 그 섭섭한 마음을 죽녹원이 사르르 녹여주었습니다. 


메이드 인 한국, 죽녹원이라는 정원



죽녹원은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운 정원이었어요. 분수와 한옥을 비롯해 전체적인 조경이 너무나 잘 관리되어 있어서 인공적이기까지 했죠. 영국의 왕실 가든이나 교토의 전통적인 정원에 비견될 만큼 한국적인 멋이 살아있다고 느꼈어요. 


빌딩 숲에서 일하고, 사람 속에서 출퇴근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탁 트인 공간에 오니 처음엔 낯설었어요. '그 유명한 대나무숲'는 어디에 있나 찾으며 초조해지기까지 했죠. 빨리 '뭔가'를 봐야할 것 같다는 이 순수하지 못한 마음, 여행에 참 방해가 돼요. 초조함을 버릴 때쯤, 눈앞에 대나무숲 입구가 나와서 정말 해탈한 기분이었습니다. 


밀키는 보이는 한옥마다 모두 걸터앉아 봅니다
5월이면 이 연못에서 배 타기도 한다고 해요~
아빠가 단풍잎 하나 따줄게.



죽녹원에서 더 즐겁게 산책하려면?



아빠 목마를 타고 여유롭게 꽃 구경

주말에는 죽녹원에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사실 이곳에 당도하기 전, 인파 가득한 죽녹원의 사진을 보고 겁을 먹기도 했죠. 평일 오전에 가니 한산했고, 정원을 전세 낸 듯한 호젓한 느낌이 꽤 좋았습니다. 체험 행사가 없고 가게 몇 곳이 닫아 유명한 대나무 아이스크림을 못 먹어본 것 정도가 흠이라면 흠. (시내로 나가니 많이 팔더이다 - 담양 먹거리 포스트 참고해 주세요♥) 


1박 2일의 촬영지기도 했던 죽녹원은 공원 같지만 등산하는 마음가짐으로 둘러봐야 하는 곳이기도 해요. 한옥 공원을 중심으로 대나무 숲이 빙 둘려있어, 대나무를 많이 보려면 이 산길을 따라 걸어야 하기 때문이죠. 한걸음 걷다 한옥에 걸터앉고, 또 한 걸음 걷다 연못과 분수를 구경하며 밀키와 죽녹원의 정원을 만끽했습니다.  


대나무 숲길로 들어서면 언덕도 많고 점점 등산객들이 보여요. '올레길'이라는 표지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산길에 더 가깝습니다. 반드시 편한 신발을 착용해야 해요.^_^ 다행히 밀키 가족은 모두 운동화!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 봅니다
계단으로 헉헉 올라가 봅니다 헉헉



죽녹원이 담양의 관광명소 1위인 이유



대나무를 만져봅니다.

대나무숲으로 들어서니, 대나무가 바람결에 흔들리는 소리,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 초록의 물결 등...오감이 힐링하는 기분이었어요. 아이는 대나무를 실제로 만져보고, 죽순도 관찰하고, 대나무 잎 사이로 반짝이며 부서지는 햇빛을 보며 "와...예쁘다."라고 읊조립니다.


산책을 하던 중 거짓말같이 검은 고양이가 나타나 앞서거니 뒷서거니 걸었어요. 고양이가 향한 곳은 바로 죽녹원 중턱쯤에 자리한 어린이 놀이터. 밀키는 놀이터를 발견하고 뛸듯이 기뻐했고, 저는 대나무를 보고 싶었던 마음이 풀 충전되었음을 느꼈어요. 



밀키는 이 구조물을 좋아하더군요


일식집에 장난감처럼 꽂혀 있는 대나무만 보다가(ㅋㅋ) 사방을 둘러봐도 빼곡한 대나무 뿐인 숲을 보니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혼자 걸으면서 명상을 하면 해탈의 경지에 오를 것 같은, 고요하고 신비로운 느낌이 가득했어요. 왜 담양에서 가장 가볼 만한 곳이 죽녹원인지 알 것 같았죠. 


죽녹원 대나무 숲, 담양의 아름다운 소리를 담은 [밀키베이비 가족여행 1분 스케치]♡
↓↓↓↓↓


https://youtu.be/BftZgZ2TC28




죽녹원 주변 기념품 사기




대나무 기념품을 사고 싶어, 죽녹원 옆, 국수 거리에 있는 기능 장인의 가게(무형문화재 낙죽장 조운창/지우 대나무 공방)를 찾았습니다. 조악한 물건은 곧 쓰레기가 되기에 -_- 오래오래 쓸 수 있는 걸 사고자 했죠. 요기서 고른 것은 발을 안마할 수 있는 대나무 반쪽. 가격은 만원 안짝. '이거 그냥 대나무 딱 자른 거 아닌가?' 싶어서 주인께 여쭤보니 장인이 수평을 맞추고 불로 다듬고, 사포질해서 만든 것이라고 설명해 주십니다. 언뜻 보기에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마감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습니다. 바로 구매!

둥근 부분으로 발을 지압하는 용도라고 적혀 있었지만 저는 대나무 마디가 칸막이가 되는, 책상 소지품을 정리할 용도로 쓰려고 샀습니다. 요긴하고 은은한 대나무 향도 나서 몹시 만족!





다음 편. 담양에서 별을 세다 - 숙소, 호시담 편








밀키베이비 작가 김우영 
엄마가 되면서 느끼는 사적인 감정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밀키베이비 연재 중이다. 육아 에세이 연재물과 일러스트를 모은,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엄마입니다만’ 을 출간했다.
<맘앤앙팡>과의 콜라보 작업, <디아티스트매거진> ‘디자이너 엄마의 창의적인 놀이 레시피 연재했다삼성을 비롯한 기업에 칼럼을 연재하며 다양한 미디어와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최근 <경남국제아트페어>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엄마의 시선을 담은 진지한 작품을 출품했고일본에서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인스타그램 @milkybaby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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