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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키베이비 Feb 07. 2019

바쁘죠? 요즘 잘나가시던데.

밀키베이비


바쁘죠? 요즘 잘나가시던데!


'...그런가?'


요즘들어 종종 듣는 인사말이에요. 두번째 책을 쓰고, 기업들과 콜라보를 하고, 유튜브를 하고, 그 와중에 밀키베이비 연재는 놓치지 않고 있으니 평소보다 조금 더 바쁜건 맞는 거 같아요. 그래서 더 신경 써서 잠을 챙겨 자고, 영양제를 사다 채워 넣고, 밀키와 노는 시간도 꼭 가지고, 잠시 숨 고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기계적으로 작업물을 내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속 빈 공갈빵처럼 살고 있는지, 스스로 충실하게 살고 있는지 계속해서 내면을 점검했죠. 


외부적인 결과물들이 나오니 뭔가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팔로워도 늘고 제게 연락해 오시는 분들도 많아지고. 그런데 제 하루하루는 거의 비슷하고 규칙적이에요. 일이 밀물처럼 있을 때도 있고 썰물처럼 빠질때도 있어요. 20대 때는 이유도 없이 초조했는데, 30대가 되니 마음이 신기할 정도로 고요해졌어요. 오래오래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 서두르지 않게 되었어요. 어차피 저는 뒷걸음질도 치고 헛발질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 그냥 안주하지 않고 우직하게 가야겠다는 생각만 해요.    




삼성 건조기 '그랑데' 콜라보 일러스트 카드 | ©김우영




육아를 보는 시선


요즘 '비혼' 혹은 '딩크족(아이 없이 사는 부부)'에 관한 기사를 읽으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요. 우선 결혼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껴요. 저 역시 그랬고, 본인의 선택이니 주변에 막 권하고 싶지 않고요. 실제로 겪어보니 사회 시스템적인 면에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이런 건 계속해서 목소리를 냄으로서 개선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런데 육아로 얻는 희노애락은 글이나 간접 경험으로는 알 수가 없어요. 이상하게도 '육아의 힘든 점'에 대해서는 너무들 잘 알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겁을 먹을 필요까진 없는데. 그래서 엄마가 된 저는 때론 동정을 받기도 하고, 때론 제 일상이 '무덤', '지옥'으로 비견되기도 합니다.  


저도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육아를 옳지 않게 표현하고 있는지 점검하게 되었어요.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 내 선택으로 하는 것인데 '힘들고 고생스러운' 것으로만 전달하는 건 아닌지 말이죠. 실제로 휴직을 하고 아이만 보며 24시간을 쉼 없이 보내고 있을 때는 내 인생이 심해로 침잠하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되었어요. 나중에 보니 아니었어요. 어떤 일이든 쉬운 게 없는데, 이건 육아 초반의 어려움이었던 것이죠. 모든 일은 다 양면이 있는 것이더라고요. 저는 제 경험을 밑거름 삼아 밀키베이비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제겐 넓은 의미에서 발전이었어요. 


밀키를 그리며 손을 푸는 중...| ©김우영




육아가 알려주는 두 가지


20대 때는 뭐가 중요한지 잘 몰랐어요. 앞으로 인생이 어떻게 될지 잘 모르니까요. 그런데 아이의 출생부터 성장을 보게 되니 '지금 이 순간'의 중요성을 알게 돼요. 어떻게든 이 귀엽고 소중한 순간들을 꼭꼭 밟고, 느끼고 지나가려고 하죠. 그리고 부모가 되어 나의 부모의 심정을 좀 이해하게 되니, 사람의 시야각이 확 늘어나요. 인생 전체를 보게 되는 거죠. 육아 덕택에 이길, 저길로 가보고, 구덩이에도 좀 빠져보고 하니 인생 전체를 봤을 때 지금 넘어진 게 그렇게 큰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어요. 숲과 나무, 모두를 보게 되는 거죠.


또 하나. 가르쳐주는 사람이 더 배운다고 하잖아요. 부모는 딱 그런 것 같아요. 아이에게 옳은 것, 좋은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 부모는 꾸준히 노력할 수밖에 없어요. 그동안 맹목적으로 지식을 습득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마구 파해쳐 가면서, 스스로 찾아내서 아이에게 지식을 알려줘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그러면서 부모도 성장해 나가고, 아이도 부모를 보고 배우면서 선순환이 돼요. 





차근차근, 뚜벅뚜벅


저는 육아를 하고 있으니 제가 겪고, 배워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담고 있어요. 육아를 예찬하는게 아니라, 기왕 선택한 아이, 가족과의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사는 사람도 여기 있다고, 알려주고 싶어요. 


이번에 밀키베이비 과거 연재물을 쭉 보다 보니 그림도 세세하게 다르고, 가끔 맞춤법도 틀리고, 사진 보정도 이상한 것들이 많더라고요. 음...앞으로도 멋지고 좋은 모습만 보여드릴 순 없을 것 같아요 ㅋㅋㅋ 디자이너라면 예쁜 것을 좇고, 그런 것을 필터링해서 보여주려는 경향이 강한데, 저는 바뀐 것 같아요. 엉성하더라도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고 고치고, 그런 게 일상이 되었어요. 완벽하고 멋드러진 육아 일상은 없지만 대신, 제 시행착오의 과정들을 앞으로 쭉 보여드릴 것 같아요. 그런 제 글과 그림에서 에너지를 얻어 가신다고 독자분들이 말씀해 주시니 (진짜죠?ㅎㅎ) 덕분에 저도 웃으면서 작업을 합니다!









밀키베이비 작가, 김우영

그림작가. 그림 에세이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엄마입니다만’ 을 출간했다. 밀키베이비 육아툰을 연재하고 모성과 여성에 관한 그림과 영상으로 국내외 전시를 여는 에너지 넘치는 엄마. 
 일본과 대만 및 국내 <경남국제아트페어>,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글로벌 아트콜라보 엑스포> 전시에 그림을 출품했다. <삼성>,<SPC>, <네이버>, <카카오>, <베베숲>,<포포인츠바이쉐라톤> 등 다수의 기업 및 출판사와 일러스트레이션 콜라보 작업을 하고 있다. 
 <디아티스트매거진>에 ‘디자이너 엄마의 창의적인 놀이 레시피’를 연재 하면서, 아이와의 아트놀이를 연구하고 강의 및 두 번째 책을 집필 중. 놀이를 접목한 가족 아트여행은 <서울문화재단>의 영상 크리에이터 활동으로 시작하여, 현재 인스타그램 @milkybaby4u 및 밀키베이비 유튜브에서 연재 중이다.

인스타그램 @milkybaby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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