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밀키베이비 Nov 14. 2019

내놓는 콘텐츠 족족, 책이 되는 방법.

밀키베이비 김우영


"죽기 전 책 한 권 내보고 싶어서, 버킷리스트에 적었다니까요."


지인이 커피타임 중 넌지시 말했습니다. 어떤 책을 쓰고 싶냐고 물었더니, "자서전 같은 에세이...? 아직 모르겠어요." 하며 말끝을 흐렸죠. 제 버킷리스트에는 '출간'이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저는 어느새 세 권의 책을 낸 저자가 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긴 하지만,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사람인 제가 '작가님'으로 불리는 게 아직도 어색하고, 맨땅에 헤딩하듯 만들었던 콘텐츠들이 족족 출간 제의가 오는 것이 신기합니다.


창비 출판사에서 책에 사인을 하고 왔어요. ⓒ김우영



새로 출간되는 책이 하루에 200권이 넘는다는 요즘. 무료로 볼 수 있는 밀키베이비의 콘텐츠가 경제적 가치를 지닌 책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세 차례 경험하며, 콘텐츠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는 왜 제게 상품을 만들자고 하고, 사람들은 왜 제 책을 구매하는지 스스로도 궁금해졌거든요. 밀키베이비에서 다룬 프로젝트성 콘텐츠들을 돌아보며,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밀키베이비 연재 중 그린 그림들을 <우리 엄마 그림이 제일 좋아> 부록 엽서로! ⓒ김우영


사람들에게 팔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1. 읽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호응도 좋다


그림 그리기는 제 일상이었기 때문에, 그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엄마, 아빠가 많을 거라고 평소에 생각지 못했어요. 하지만 밀키베이비 드로잉 클래스에 오신 부모님들이 하얀 백지에 선 하나 긋는 것도 두려워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쉽게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뭔가가 필요하다고 느꼈죠.



밀키베이비 아트클래스에서 강아지 그리는 법을 설명 중! ©️김우영


10월에 출간한 책, <우리 엄마 그림이 제일 좋아> ‘미술알못’ 인 엄마, 아빠도 아이에게 쓱쓱, 그림을 그려줄 수 있게끔, 난이도를 딱 맞춘 내용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금방 판단하는 부모님들의 입장을 저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림 좀 그릴 수 있는 이들이 도전할 수 있거나, 시간을 두고 그릴 수 있는 '취미 미술' 서적이랑 결의 다른 책으로 콘셉트로 잡았습니다.



유튜브에 동영상으로 튜토리얼도 꾸준히 올리는 것도 한몫 하고 있어요. ©️김우영


결과적으로 아이가 봐도 쉽게 따라 그리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난이도와 소재, 제 오프라인 클래스를 통해 얻은 노하우를 담았어요. 특히 '꽃은 이렇게 그려야' 식의 천편일률적인 가이드가 아닌, 스스로 응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팁들을 넣었죠.



그래서 출간 이벤트는 정말 호응이 높았고, 출간하고 한 달이 지났지만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 top100 순위를 고수하고 있어요. 그림 그리기를 배울 시간은 없는데, 아이에게 그림을 그려주며 스트레스 받는 분들이 꽤 많았던 것이죠. sns에 올라오는 리뷰들 중, '내가 이런 걸 그리다니 신기하다', '아이들이 책을 혼자 보고 따라 한다' 등의 반응이 많았어요. 열심히 책을 만든 제가 다 뿌듯해지는 후기들이었죠.



친근한 제목, 우리 엄마 그림이 제일 좋아 ©️김우영





2. '글삶일치'는 진정성을 가질 수 있다.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틈나는 대로 밀키베이비 연재를 하다 보니 참 시간이 없었어요. 하지만 '밀키와 놀이'는 꼭 사수하고 싶었던 것이라 조금 덜 자고, 조금 덜 쉬더라도 꼭 놀이 시간을 만들었어요.  


놀이에 관한 작은 고민, 고군분투하며 얻은 놀이 팁 하나도 꾸준히 공유하면서 저와 비슷한 처지의 부모님들에게 지지를 얻게 되었어요. 이를 바탕으로 2017년부터 밀키와 해온 아트 놀이에, 새로운 놀이들을 대거 추가해서 <오늘 또 뭐 하지?, 밀키베이비 감성 아트 놀이> 라는 책으로 만들었죠.




오늘 또 뭐하지? 매일 하던 고민이죠. ©️김우영


'보여주기 식' 놀이를 해왔다면 자신 있게 놀이를 소개하기도 망설여졌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도 시간이 넉넉지 않다 보니 '보여주기'를 만들고 또 따로 놀이를 할 시간은 전혀 없고, '가성비 놀이'를 하기 바빴죠. 적은 재료들로 다양하게 놀 수 있는 식으로요.


제 글을 보고 실제로 해보신 분들이 보내주신 제 놀이에 대한 신뢰와 의견들을 토대로, 간단하고 재미있는 놀이들을 선별해서 실을 수 있었어요. 또한 밀키베이비 아트 워크숍을 통해 다양한 아이들과 수차례 진행해온 놀이들도 열심히 정리해서 모두 담았어요. 밀키에게만 맞는 놀이였다면 아마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아요.



작년 할로윈때 소개한 할로윈 전등갓 꾸미기 ©️김우영
최근 인스타그램에 소개한 팝콘 트리 만들기 ©️김우영

정규 누리과정이 '놀이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시대가 '놀이'의 중요성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죠. 인공지능과 같은 미래기술을 다루는 팀에서 일하고 있는 저는, 기술의 발달을 매일같이 피부로 인식하고 있어요. 단순 학습이 무용지물이 되는 미래에,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을 '예술'과 '놀이'를 통해 확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만든 책이기도 해요. 아이와 풍요롭게 놀이를 하고 싶은 제 삶의 모토를 그대로 담기도 했고요.




3. 꾸준함은 배신하지 않는다


엄마로서 성장통을 겪고 있을 무렵, 저는 밀키베이비 그림 에세이를 연재하던 것을 모아 첫 책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엄마입니다만>이라는 책을 냈어요. '책 한권 냈다.'에 만족하고 끝냈다면, 저는 아마 그 이후 스스로 성장하지 못했을 거에요.




밀키베이비의 밑바탕이 되어준 고마운 책 ©️김우영


책의 출간과는 별개로 지금까지 밀키베이비 그림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어요. 그 이유는 책에 담은 초반의 글과 그림이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했고,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글과 그림이 조금씩 성장하면서, 그걸 알아봐 준 크고 작은 기업들에서 일러스트 콜라보 요청이 들어오고, 여기저기서 특강을 하며 매년 더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삼성닷컴, 이삭 토스트 등 올해 다양한 일러스트 콜라보를 했어요. ©️김우영



일도 하고, 육아도 하면서 어떻게 시간이 나냐는 질문도 많이 받아요. 수년간 꾸준히 뭔가를 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것과 건강관리가 중요해요. 무조건 꾸준히, 열심히 한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첫 책을 내고 알았어요. 중간에 들어오는 여러 기회들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려면, '내가 무엇을 지향하고, 어떤 삶을 원하는지'가 먼저 정의 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어요. 꾸준함은 그 뒤에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죠.





최근에 했던 작은 전시에서 ©️김우영



4. 책을 내도 별일 없이 산다


"아시죠? 책으로는 돈 벌 수는 없어요~."

출판사 미팅에서 인세 협의를 할 때 꼭 듣는 이야기입니다.


첫 에세이를 내고, 통상 책값의 10% 내외를 받는 작가의 인세를 계산해 보니 국민적인 베스트셀러가 아닌 이상 책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죠. 돈을 목적으로 하는 글쓰기는 고행에 가까워요. 직장인의 투잡으로도 추천하지 않죠.  

세 번째 책은 워낙 자료가 방대해서 개인적으로 고생하며 쓴 책이에요. 고비고비마다 '나 같이 육아가 힘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또 있지 않을까?' 하며 밀키베이비 첫 그림 에세이를 블로그에 올렸던 그때를 계속 떠올리게 되었어요.  콘텐츠가 더 많은 분들이 닿고,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두 번째, 세 번째 책을 쓰게 되었던 것 같아요.



출간 이후에도 저는 별일 없이 살아요. 저한테는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크게 유명해지기보단 좋은 영향력을 가지고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전하며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싶어요. 서로 나누는 아이디어가 더 빛나는 법이니까요.




밀키베이비의 첫 책 #지금성장통을겪고있는엄마입니다만

두 번째 책 #우리엄마그림이제일좋아

세 번째 책 #오늘또뭐하지?밀키베이비감성아트놀이


그림작가 김우영 

밀키베이비라는 필명으로, 가족의 따뜻함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UX 디자이너이자 밀키의 엄마. <오늘 또 뭐하지? 밀키베이비 감성 아트놀이>, <우리 엄마 그림이 제일 좋아>,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엄마입니다만> 을 출간하고, 전시와 아트워크숍을 종종 연다. 놀러오세요! 인스타그램 19K @milkybaby4u


작가의 이전글 좀 떨리긴 하지만 잘 끝낸 출간기념 특강 | 밀키베이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