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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키베이비 Aug 03. 2021

리틀 포레스트? 리틀 웨이스트.

영화에서 영감 받는친환경 실천기 #3 |밀키베이비




리틀 웨이스트로 가는 길 


영화 '리틀 포레스트' (일본판)에서 좋아하는 부분을 꼽으라면, 저는 '봄'에 양배추 튀김을 하는 장면을 고르겠습니다. 주인공은 양배추의 초록색 겉장을 떼어 곱게 접고, 석둑석둑 썰어요. 부침가루에 섞어 기름에 바싹 튀겨내고, 호호 불어 바사삭 깨뭅니다. 군침이 도는 순간, 슬몃 죄책감이 들었어요. 저는 의례히 양배추 겉장을 버렸거든요. 양배추 겉면에 농약이 많더라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랬지만 무농약 양배추를 사도 겉장은 음식쓰레기 통으로 직행이었죠. 그걸 맛있는 튀김을 만들어 먹다니! 무심코 했던 행동을 돌아보게 만들어 주는 장면이었어요.


내가 먹는 것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모르면, 뭐든 가볍게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직접 재배한 것이 곧 식량이면 야채 하나하나가 소중하지 않을 수 없죠. 마트에서 비닐봉지에 쌓인 야채를 돈과 바꿀 뿐이라면 야채와 나 사이에 애정이 생길 틈이 없어요. 땅과 단절된 삶은 이렇게 무감각하죠.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나서 허브를 키우기 시작했어요. 허브를 키우면 싱싱할 때 따먹을 수 있고, 허브 포장을 위한 비닐봉지도 없고, 배달을 위한 탄소 발자국도 없습니다. 그냥 화분으로 다가가서 똑, 따면 그만. 그런데 딸아이 밀키에게 허브를 따오라고 부탁하면 아이는 살살 조심조심 잎을 따면서 '고마워'를 잊지 않습니다. 누가 키웠는지, 어떻게 자랐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먹는 것과는 천지차이입니다. 키우던 식물의 잎을 '빌려' 먹는 느낌을 이제는 아니까요.


영화에서처럼 밭 농작을 직접 할 수 없다 해도, 베란다 한편에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를 만들면 내가 먹는 것 하나하나에 애정이 생깁니다. 쓰레기도 줄이고, 나만의 작은 자연을 꾸리고. 그 안에서 얻는 충만함은 얻어봄직하지 않을까요.





[그린밀키] 영화에서 영감받은 친환경 실천기 #1

[그린밀키] 영화에서 영감받은 친환경 실천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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