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SNS 1편 | 밀키베이비 아트프로젝트
❁ 이상한 나라의 SNS 프로젝트 ❁
(주)카카오와 카카오 자회사에서 10년 이상 UX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활동한 김우영 작가가 십대를 위한 예술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이 워크숍은 십대가 직접 디자인하는 '더 나은 SNS'를 탐구하는 아트 프로젝트로, 서울문화재단과 Art for Teens의 예술 교육 프로그램에 선정되었습니다. 김우영 작가는 이후 어린이를 위한 AI 리터러시 그림책 '포니'를 출간하고, 어린이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위한 워크숍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십여 년간 모바일 앱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면서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기업의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한 디자인을 고민한 적은 많지만, 그 디자인이 윤리적인가에 대한 고민은 적었다. 메신저 앱에 커머스 페이지를 끼워 넣는 디자인 업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일까? 나는 사용자의 클릭률을 높이는데 열중했고, SNS 앱을 디자인할 때는 사용자를 앱에 더 오래 머물게 만들기 위해 더 쉽고, 폐쇄적이며, 재미있는 기능들을 고안했다. 사회 초년생이었던 나는 '회사도 돈을 벌어야 나한테 월급을 주지!'라는 단순한 마인드였다. O2O 플랫폼인 택시 서비스를 디자인하면서 처음 의문이 들었다. 승객은 편할 것 같은데, 기사는 이 서비스로 삶의 질이 나아질까? 우버나 쿠팡의 성장 과정을 보면서 플랫폼 노동자를 양산하는 서비스는 큰 장점 뒤에 그만큼의 단점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고 혼란스러웠다.
내 고민에 불을 지핀 것은 AI 음성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였다. IOT라는 신기술은 일견 편리함을 약속한 듯했지만 연결의 불편함과 한계가 많았고, 무엇보다 개인의 일상 데이터를 수집하여 서비스에 이용하는 서비스였다. 이용에 동의를 한 사용자는 나의 데이터가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고, 대부분은 관심이 없다. 그러나 기업은 관심이 아주 많다. 데이터는 곧 돈이다. 타깃 마케팅, 광고에 쓰일 수 있고 기업은 데이터를 팔고 산다.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는 기계를 집에 들고 와서 테스트를 하고, 그 데이터로 AI의 자연어 처리를 돕고, 내가 쓰는 일상 대화를 예시로 디자인하면서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기업은 나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기술은 윤리적일 수 없다. 하지만 기술을 다루는 인간과 서비스 기업은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처음 내 안에 자리를 잡았다.
SNS는 복잡한 알고리즘이 들어있는 플랫폼이자 커머스, 언론 기능도 하는 스마트폰 속 대표 서비스다. 나는 각종 SNS를 즐겨 사용한다. 앱 하나로 전 세계의 훌륭한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다양한 의견을 접하면서 특정 언론의 일방적인 주장도 크로스 체크할 수 있고, 한국 밖 친구들과 계속 연락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SNS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생겼다. SNS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리서치를 하면 할수록 SNS는 인간의 욕망 중 '관심'이라는 욕망을 극단적인 형태로 자극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 경제로 득을 보는 이들이 있다. 특히 기업은 이익창출이라는 목적에 맞게 관심 관련 기능을 늘려가지만 사용자의 FOMO, 디지털 중독, 자존감과 피로감에 관련한 부작용은 알면서 방관한다. SNS의 영향력이 비대해진 만큼, 장점은 살리면서 조금 더 윤리적이고 인간적인 방향으로 보완할 수는 없을까? 아마도 기업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이상 이윤 창출의 궤도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예술의 반경 안에서는 얼마든지 '상상'이 가능하다. UX 디자이너로 일하며 예술가로도 활동해오고 있는 조금 특이한 나의 경력을 밑거름 삼아, 자유롭고 이상한 나라의 SNS를 상상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