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SNS 2편 | 밀키베이비 아트 프로젝트
1편. sns를 디자인하면서 의문이 생겼다 에 이어지는 글
그것이 알고 싶다
한동안 SNS을 쓰면서 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될까 두려운 공포증)를 느꼈고, 한없이 스크롤을 하고 있자면 피로감이 몰려왔다. 이 문제들을 일러스트로 그리기도 했고, 가끔은 기술을 활용해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어떨까?’ 상상하며 GIF 형식으로 작업을 해 왔다.
그러나 MZ세대의 끄트머리에 있는 나는 SNS 사용자의 핵심을 차지하는 틴에이저들이 매일 어떤 생각을 하며 SNS 서비스를 마주하는지 모른다. 십여 년간 모바일을 디자인한 제작자로서의 경험은 자칫 ‘나는 다 알고 있다'로 빠질 수 있다. Z세대들은 나만큼 심각하게 SNS를 대하고 있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취업 지옥, 헬조선으로 불리는 현실보다 SNS는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는 ‘용오름'이자, 마음껏 덕질을 할 수 있는 놀이의 장일 수 있다. 그래서 '이상한 나라의 SNS' 프로젝트의 결론을 내가 정하지 않고, 어느 방향으로 가든 가능성을 열어놓기로 했다.
M세대와 Z세대, 알파 세대가 디지털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각기 다르다. 많은 책에서 이 세대는 어떻다 이야기하지만, 개개인을 만나보면 '무슨 세대'로 퉁칠 수 없는 다양성이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SNS에 관심 많은 청소년들을 나의 아뜰리에에 초대해 SNS에 대한 진짜 솔직한 생각을 들어보고, 공동작업을 하기로 했다.
기업은 이윤을 남기기 위한 목적이 있지만 이상한 나라의 SNS에는 그런 목적은 전혀 없다. 나는 진짜 청소년 연구자들이 원하고 상상하는, 색다른 SNS를 구상해 보고 싶었다. 빅데이터, 통계로는 나오지 않는 날것의 형태가 나오면 더 좋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이 과정은 주어진 서비스를 수동적으로 쓰는 이에서 다른 관점을 가지고 바꿔보는 창작자의 입장으로 전환해 보는, 흥미롭고 희귀한 예술 경험이 될 것이다.
실무에서 썼던 비주얼 띵킹, 예술에도 써보려고
나는 회사 안팎에서 다양한 앱 서비스를 기획하고, 디자인했다. 매번 함께하는 동료가 달랐기에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이었다. 실무에서는 서비스를 론칭해야 하기에 일정도 빡빡하고 치열하지만, 원래 비주얼 싱킹은 재미있고 창의적인 과정이다. 이번 예술 활동에서는 나와 함께 청소년 연구자들이 자신을 페르소나 삼아 '나'에 대해 탐구하고, 간단하고 쉬운 UX 리서치 방법과 토론을 통해 “틀을 벗어난, 이상한 SNS”를 상상해 보고자 기획 중이다. (9월에 모집 예정이다!)
생각을 구조화하고 이를 다시 시각화하는 것은 비단 모바일 앱 디자인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나는 실제로 웹툰을 작업하고, 영상 콘텐츠를 만들 때도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하든, 이 비주얼 띵킹 과정은 창작에 필수적이다.
말랑한 뇌를 가진 청소년 연구자들과 나는, 러프 스케치를 통해 상상을 머릿속 밖으로 표현해 내는 것을 함께 하고, 우리의 스케치 조각들을 모아 앞서 내가 해왔던 연장선상의 일러스트 / 모션 작업으로 구현해볼 생각이다. 청소년 연구자들은 공동 작업자로서 크레디트에 오르게 될 것이고, 우리는 모두 삶에 필요한 능력 몇 가지를 더 갖추게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