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살림에서 강연하고 왔습니다.
스페이스 살림에서 이뤄진 양육자 커리어 토크는 정말 '살롱'같은 편안한 응접실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한쪽에 마련된 방에서 자녀들은 돌봄 서비스를 받고, 양육자들은 아기들과 분리되어 토크에만 집중할 수 있었죠. 그러나 이곳까지 이야기를 나누러 오신 양육자들의 마음과 상황은 마냥 즐겁고 편안한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토크에 앞서, 자리해 주신 분들께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를 듣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남편이 주재원이라 수 년째 독박육아를 하고 계신 여성분, 임신을 했는데 앞으로 출산 후 어떻게 일을 이어가야 할지 막막하다는 여성분, 긴 시간 몸담은 직장을 그만두고 앞으로 어떻게 삶을 꾸릴지 고민한다는 여성분 등 각자의 사정은 다르지만 내 일을 육아와 현명하게 병행하고 싶다는 절실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기 다 쓰지 않았지만 엄마에게 닥친 힘들고 고구마같은 상황을 들으면 아마 결혼과 육아를 꿈꾸던 여성들도 모두 비혼으로 돌아설 것 같습니다. '애 딸린 여성'를 혐오하는 사회적 분위기, 경제 활동의 기회를 주지 않고 각자도생해야 하는 가혹한 국가는 저출산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속 양육자분들께는 두리뭉실한 자기계발 이야기보다 현실적인 팁이 필요하고, 솔직하게 상황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의 개인적이고 세세한 커리어 패스보다도, 10년 이상 나의 커리어를 이어가기 위해 위기 때마다 준비해야 할 것들, 가정의 한 축으로서 경제력을 갖는 것, 그리고 현실적으로 결혼과 육아 초반에 남편과 이야기 나눠야 할 것들 등, 제가 경험한 바를 공유했습니다. 물론 이 사이에, 육아와 일의 균형에 대한 질문이 있었지만 저의 대답은 늘 '없음' 입니다. 그냥 매 순간 찾아가는 것이지요. (지금 밀키는 노트북 타이핑을 하고 있는 제 옆에서 놀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면서 동시에 5년간 밀키베이비라는 '1인 콘텐츠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경험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토크 시간이 다 해 못다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건 유튜브에 풀까요? ㅎㅎ) 좋아하는 것을 지키면서 내 일도 하고, 육아도 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저또한 '운'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좋아하는 것을 지키고 나 자신으로 살고자 하는' 절실함이 항상 있었습니다. 이런 저도 하나의 사례로서 살고 있으니 여러분이라고 못할 것이 없습니다.
토크 막바지에 저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요즘 만나는 엄마님들, 정말 똑똑하고 재능 있는 이 분들이 삶의 각 단계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너무 부족하고, 육아와 출산으로 인해 개인적인 자존감마저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이 행사를 주최해 주신 여성가족재단에서 더 다각도로 노력해 주십사 한 이야기였지만 저의 요즘 생각이기도 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수많은 여성들이 출산 이후 사회의 바운더리에서 사라지고 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이고, 저처럼 각개전투를 해야만 겨우 내 일을 지킬 수 있다면 엄마는 더욱 멸종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엄마'로 만이 아닌, '나' 로 사는 것은 모든 여성에게 필요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양육자가 당연히 내 일을 할 수 있는 사회적인 환경이 꼭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밀키베이비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ilkybaby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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