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감동시킨 초등학생
2023년 11월의 아침, 옷깃 사이로 찬 공기가 스며들던 날이었다. 나는 대전미래교육박람회에서 사람들에게 점자를 소개하고, 장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전하는 부스 운영을 맡았다.
‘콕! 콕! 찍어주는 점자세상.’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나. 우리는 3일 동안 점자의 세계를 알리는 일을 함께했다. 나는 점자의 원리를 설명하고,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점자로 써보는 체험을 담당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점자의 신기한 구조에 놀라워하면서도 금세 어려움을 느꼈다. 특히, 읽을 때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쓸 때는 반대로 써야 한다는 점이 가장 헷갈리는 부분이었다. 나는 거울에 비유하며 설명했고, 학생들은 천천히 점을 찍으며 따라왔다. 그 모습이 대견하고 고마웠다.
시간이 조금 남은 학생들에게는 자유롭게 문장을 써보라고 했다. 그때 한 초등학생이 조심스레 물었다.
“정말 아무거나 써도 돼요?”
“그럼요. 다 쓰고 나면 가져가도 괜찮아요.”
나는 그 친구가 무엇을 쓰는지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그 친구가 내게 점자 용지를 내밀었다.
“여기요.”
나는 손끝으로 점을 하나하나 더듬었다. 그리고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내 마음은 포근하게 젖어들었다.
너무 신기해요. 신기한 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놀라 웃으며 말했다.
“우와, 정말 고마워요!”
그때 그 친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실 저도 시각장애인이에요. 어제 장애 등급을 받았어요. 그래서 점자를 배우고 있어요.”
당황스러운 한마디에 목이 메었다. 손끝으로 전해진 문장이 단순한 감사의 말이 아니라, 용기와 진심이 담긴 마음이었다. 나는 가만히 점판과 점필을 꺼내 그 친구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작은 점자 편지를 점판 사이에 몰래 끼워 넣었다.
점자라는 게, 쓰는 건 쉬워도 읽는 건 어렵지? 오늘 와줘서 고마워요. 이렇게라도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나도 표현이 서툴거든요. 정말 고마워요. 앞으로도 파이팅!
그 친구가 언젠가 이 점자 편지를 능숙히 읽게 되는 날, 우리의 손끝에 스며든 마음이 다시금 피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