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덕, 교통 평등을 꿈꾸다

기차를 사랑한 소년, 내 친구 철덕 이야기

by 은하수별바다

"오늘 서울역에서 10시 58분 KTX-25 타면 대전역에서 12시 02분에 내릴 수 있어. 하지만 이 시간 대에는 점심시간이 겹쳐서 사람들이 승하차를 많이 해 약 5분 정도 지연될 거야!"

철덕(가명)이는 언제나 그렇게 말한다. 스마트폰도, 시간표 앱도 없이. 그저 머릿속에 모든 기차의 시간표를 저장해 둔 듯이 술술 말한다. 나는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가 말한 시간에 맞춰 실제 열차가 도착했을 때 나는 놀라움을 넘어 존경심이 들었다. 철덕이는 ‘기차 고인물’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어떤 노선이 언제 개통됐는지, 옛날 통일호가 왜 사라졌는지, 심지어 코레일 직원들도 잘 모르는 기관차 번호 이야기까지 꿰고 있다.

철덕은 시각장애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시각장애인’이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나는 그냥 교통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역마다 장애인 이용이나 안내가 좀 더 편했으면 좋겠어. 언젠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 없이 누구나 편하게 탈 수 있는 세상 말이야."

그의 꿈은 ‘교통 개혁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철도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는 언젠가 코레일 직원에게 직접 건의도 했다고 한다.

“점자 블록이 너무 길을 돌아가게 만들어요. 역사 내 안내 방송과 지하철 내 안내방송은 다른 소리들과 겹쳐서 안 들리는데 저건 누구를 위한 서비스일까요?"

직원은 놀라며 그의 의견을 꼼꼼히 메모했다. 나는 그런 철덕이를 보며 ‘꿈이 있는 사람은 아름답다’는 말을 실감했다. 그의 세상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려진 선로 위를 달리고 있다. 눈앞의 길이 아니라, 머릿속의 꿈이 그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언젠가 진짜 철덕이 설계한 열차가 한국을 달릴지도 모른다. 그날 나는 가장 먼저 그 열차를 타고 싶다. 그의 꿈이 향하는 그 역으로 함께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