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하더라도 발을 떨겠다

연습 끝에 이뤄낸 축제 공연

by 은하수별바다

눈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모인 곳. 나는 그런 학교에 다니고 있다.


시각장애인이라고 해서 모두 음악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우리는 음악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다. 꼭 ‘장애인’이라는 말이 붙지 않아도 음악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처음 기타를 배웠을 때, 작은 손으로 코드를 누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체구도 작아 기타 그립이 불안정했고, 손끝은 늘 아팠다. 그래도 어디서든 들고 다니며 연주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서 포기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아픔 대신 성취감이 찾아왔다. 손끝에 물집이 잡히고, 손톱이 닳아도 맑게 울려 퍼지는 소리에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마주한 벽, 바로 바레 코드였다. 한 손가락으로 여러 줄을 눌러야 하는 그 자세는 말처럼 쉽지 않았다. 손목이 시큰거리고 어깨까지 뻐근했지만, 매일 연습했다. 하루하루 쌓인 연습의 결과, 여섯 줄에서 소리가 또렷하게 났다. 나의 입꼬리는 올라갔다.


그 무렵, 또 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점자를 읽어야 하는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이기 시작한 것이다. 열심히 연습한 흔적이었지만, 동시에 일상에 불편함을 주는 흔적이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축제가 다가오던 어느 날, 친구가 함께 공연하자고 제안했다.


“나는 노래보단 기타가 나을 것 같아.”


그 말에 친구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빠른 템포, 복잡한 코드 진행, 낯선 곡이었지만 이미 무대 참가 신청서를 낸 뒤였다.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했고, 마침내 완주했다.


리허설 날, 손끝이 다시 떨렸다. 실전이 되면 피크를 떨어뜨릴까 걱정도 되었다. 친구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괜찮아. 실수해도 추억이잖아.”


드디어 차례가 되어 무대에 올랐다. 조명을 받으며 기타 줄을 몇 번 튕겨 보았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손의 떨림을 감추기 위해 고민하다, 문득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손 대신 발을 떠는 것. 침착함을 유지하며 발을 떨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손의 떨림이 조금 가라앉았다.


연주는 성공적이었다. 무대에서 내려오자 친구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거, 혹시 네 피크 떨어질까 봐 준비해 놨어.”


서로는 긴장이 풀렸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손이 아니라, 발을 떨어야지. 그 단순하고 순수한 생각이 그날의 무대를 지탱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