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죄책감 사이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미안해"라는 말을 한다.
무심코 흘러나오는 말인데, 그 안에는 온갖 마음이 섞여 있다. 아이에게 화를 낸 뒤, 남편에게 괜한 짜증을 낸 뒤, 그리고 자기 전, 오늘도 나를 다그친 뒤에, 습관처럼 "미안해"가 따라 나온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나는 내가 왜 이렇게 자주 미안하다고 말하는지 생각해 봤다. 정말 잘못해서일까, 아니면 '엄마라서' 그런 걸까. 아침에 아이를 재촉하면서 말이 길어진다.
"그러니까,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라고 몇 번을 말해! 맨날 늦게 자니까 아침에 못 일어나지!"
말을 하고 나면 바로 후회가 밀려온다. 아이가 대답도 없이 문을 닫고 나가면 내 마음도 그 문 사이에 갇혀버린다.
남편에게도 마찬가지다. 말을 아껴야지 다짐하면서도 하루의 피로가 쌓이면 괜히 날카로워진다.
"아니야, 됐어. 그냥 내가 할게."
입 밖으로 나온 그 말은 도움을 거절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을 더 고립시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밤이 되면 또 미안해진다. 이상하다. 도와달라 해도 미안하고, 혼자 하게 되어도 미안하다. 도대체 어느 쪽이 맞는 걸까. 가장 미안한 건 결국 나 자신이다. '오늘은 꼭 나를 위해 시간을 쓰자'라고 다짐해도 누군가의 일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오늘도 '나'를 미뤘다. 그 미룸이 쌓여 죄책감이 되고, 죄책감은 다시 "미안해"로 흘러간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엄마로 산다는 건, 매일 누군가에게 조금씩 미안해지는 일 같다. 그게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면, 나는 여전히 그 사랑 속에서 길을 찾는 중이다. 밤이 깊으면, 하루 동안 미안했던 장면들이 떠오른다. 그러다 문득, 그 미안함조차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 감정이라는 걸 깨닫는다. 누군가에게 미안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마음을 썼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오늘도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내일은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 그 미안함이 덜한 하루, 그 하루 속에서 나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
미안함 속에서 자라는 사랑, 그게 내가 매일 다시 시작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