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삶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by 은하


11월은 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그 끝자락엔 체력과 마음이 동시에 고갈돼 있었다.


기록하기조차 버거운 날들이 있었지만 그 안에도 분명 빛나는 순간들은 존재했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한 달이 아니라 내 삶의 온도를 느끼기 위한 시간이었기를 바라본다.






건강





11월 중순, 우리 동네 전역의 단수로 이틀 넘게 물 없이 살았다. 욕조에 물을 받아두고, 냄비에 끓여 마시고, 변기 물 내리는 데 1리터짜리 생수 3개를 썼다. 씻는 것도, 먹는 것도 최소화한 생활. 그제야 알게 되었다. 물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걸. 그만큼 우리가 편하게 살고 있었구나 하고.



신랑의 정기검진 결과도 마음을 무겁게 했다. 정기적으로 돌아오는 신경외과 진료는 늘 긴장을 동반하고, 조금이라도 수치가 올라가면 당장 식습관부터 바꾸게 된다. 첫째는 감기몸살 증상으로 3일 넘게 앓았다. 독감과 폐렴이 유행하는 요즘이라 함께 병원 다니며 약을 챙기고 회복을 지켜봤다. 이럴 때는 곁에 있어줄 수 있어 감사하다.



가족들의 건강이 흔들리면, 내 일상도 온전히 유지될 수 없다는 걸 매번 실감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지금은 모두 잘 회복했고, 지나고 나니 더 단단해진 것 같아서.






긍정적 사고



작지만 확실한 기쁨들로 채워진 11월. 주말마다 둘째와 나간 산책, 어린이 마라톤 참가, 불꽃놀이 구경까지. 작정하고 만든 추억은 확실히 오래 남는 듯하다.





신랑 생일엔 둘째와 함께 한약 봉투에 용돈을 넣고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다. '아 맞다! 나 이벤트 해주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그런 걸 좋아하는 나를 다시 발견한 시간이다. 누군가를 위해 몰래 기획하고 기뻐하는 얼굴을 떠올리는 그 순간들을 말이다.





신랑 생일에 즐긴 뷔페 외식 자리에서 아주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식사하던 엄마를 보았다. 그녀를 똑같이 연민으로 바라보던 신랑과 나. 아이들이 컸다는 걸 실감하면서도 그 시절이 그리웠고, '지금도 언젠간 그리워질 거야'라고 서로 말해주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지금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이, 나중에 우리가 그리워할 오늘이라는 걸 아니까.






성공하다



이번 달에는 의도적으로 블로그 수익화를 더 밀어붙였다. 유료 리뷰도 꾸준히 썼고, 적극적으로 기회에 손을 뻗었다. 그 과정에서 '표현하지 않으면 기회도 없다'는 걸 몸으로 다시 배웠다. 더는 스스로를 숨기지 않기로.

전자책도 느리지만 다시 손을 봤고, 브런치에도 가끔 글을 올렸다. 딱히 거창한 성과는 없지만 '쓰기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의지를 하루 한 번, 키보드를 여는 실천으로 지킨다.


완벽하진 않아도 괜찮다고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이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한 달이다.








다시 나를 위한 실천으로 올해의 마지막 달을 앞두고, 11월은 내 삶의 기반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물, 건강, 가족, 글쓰기. 그 모두가 나를 이루는 중요한 조각들이었다. 12월에는 좀 더 균형 있게 비워내고, 정리하고, 가볍게, 그러나 중심은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당신에게, 내가 소중한 인연이길.










나의 시간과 에너지는 가치 있는 곳에 쓰인다




매거진의 이전글10월, 여전히 삶은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