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보다 빠르게 흘러간 2025년의 마지막 달.
12월은 정신없이 지나가면서도 마음에 오래 남을 순간들이 참 많았다. 어찌 보면 연말이라 가능한, 그리고 내가 좋아서 남겨둔 것들로만 채워진 그런 시간들로 채워져 있다.
12월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였지만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무탈하게 잘 지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잘 해냈다고 말해주고 싶다. 가족 모두 큰 병 없이 건강했고, 나 역시 매일의 루틴을 지키며 흔들림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던 한 달. 지금 이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체력과 마음을 지켜낸 것, 그게 바로 내가 올해 내내 잘 해온 일 중 하나라고 믿는다.
12월은 크고 작은 모임이 많았다. 성장메이트 번개 모임, 연말 모임, 그리고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첫째·둘째 아이 친구 엄마들과의 약속까지. 이제는 억지로 챙겨야 하는 모임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나에게 남겨두고 싶은 사람들과의 시간이 중심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자리에 갈 수 있게 배려해 주는 가족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크다.
첫째는 중2 겨울, 기말고사를 무사히 마쳤다. 수학 실수에 아쉬움도 있었지만 선생님들 덕분에 아이가 긍정적으로 수업을 따라가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새벽마다 헬스장을 다니다가 이젠 아침 일찍 농구하러 학교에 간다는 것이다. 초등 시절 축구 선수가 꿈이었던 아이는 축구 선수반에서 주장까지 하며 전국 대회를 다녔는데, 이젠 농구에 푹 빠져서 아침 7시 반이면 집을 나선다.
둘째는 상명대에서 있었던 영어 말하기 대회를 무사히 마쳤다. 여름엔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참여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엔 잘 준비해서 대회도 나가고 상도 받아왔다. 조금 더 넓은 무대에서, 당당하게 자기 말을 꺼내는 모습을 보며 이 아이도 자기만의 페이스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아이들의 이런 모습은 내게도 참 큰 자극이 된다. 어떤 것 하나에 꾸준히 시간을 들이고, 스스로 좋아하는 걸 향해 나아가는 모습. 그 모습에서 '나도 다시 시작하면 되겠구나',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내가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함께 자라나는 시간이라는 걸, 12월에도 다시 배운 것 같다.
그리고 이번 달, 오랫동안 미뤄왔던 가족사진도 드디어 찍었다. 사춘기 아들이 웃고 있는 사진이라니, 이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사진관 조명 아래에서 잠시나마 함께 웃었던 그 순간이 어쩌면 올해 가장 따뜻했던 기억일지도 모르겠다.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그래도 기록으로 남기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의 얼굴이 하나의 프레임 안에 담긴다는 건 당연하지 않은 일이니까. 다시금, 지금 곁에 있는 이들이 참 소중하다는 걸 느꼈다.
12월에는 도서 블로그 1일 1 포스팅 도전을 오랜만에 해보았다. 거의 매일 성공이었고, 무엇보다 이 루틴을 스스로 즐기고 있다는 게 의미 있었다. 일단 해보자. 죽이 되는 밥이 되든 해보자.
매일 오전에는 경제도서를 읽으며 중요한 부분은 필사하고, 읽은 내용을 정리하고, 현재 수입뿐만 아니라 노후까지 바라보며 방향을 잡아보려 노력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독서를 하는 게 지금의 독서 방향인 나에게 어쩌면 이만큼 탁월한 선택은 없다고 본다.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 유지하고 싶은 루틴이다. 늘 그랬듯 큰 성과는 아니지만 실천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성취들을 쌓아가는 나를 보며 괜찮다,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다독이게 된다.
생각해 보면 올해 하기로 했던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낸 건 아니었다. 실패한 것도 있고, 미뤄둔 것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해를 무사히, 나답게 걸어왔다. 가장 중요한 건 가족 모두 건강했고, 나는 여전히 나를 사랑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26년에는 더 단단한 나로, 더 멋있는 나로 살아가고 싶다. 나를 위한 실천이 또 한 번 시작될 수 있도록.
나의 시간과 에너지는 가치 있는 곳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