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을 기억한다.
남편이 처음 "머리가 너무 아파"라고 말하던 날이었다. 나는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다. 며칠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심각하게 아플 수도 있다는 상상은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집과는 멀게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상한 날들이 반복됐다. 구토, 열, 시야가 흐려진다는 말. 그리고 “앞이 까매져. 쓰러질 것 같아.”라는 말이 나왔을 때, 나는 알았다. 이건 그냥 지나갈 일이 아니라는 걸.
몸이 아프면, 마음이 가장 먼저 무너진다. 병을 앓는 사람이 아니라 그 곁에 선 사람의 마음이 먼저 무너지는 순간이 있다. 그게 처음으로 내가 느낀 공포라는 감정의 얼굴이었다. 그 후로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검색했고, 병원에 전화를 걸었고, 의사의 말 한마디에 흔들렸다.
그 어떤 순간보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감각이 벼랑 끝처럼 느껴졌다. 아픈 사람은 남편이었지만, 그 시간을 통과하면서 나도 서서히 아파지고 있었다. 이 글은 의료 정보도, 병명 해설도 아니다. 그보다는 몸이 흔들릴 때 삶의 중심이 함께 흔들리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전혀 괜찮지 않았던 나를 다시 꺼내어 적어보려 한다.
혹시 지금, 당신의 곁에도 아픈 사람이 있는가. 혹은 당신 자신이 지치고 흔들리고 있는가. 그렇다면 나의 이 기록이 당신의 마음을 잠시 앉아 쉬게 해 주기를. 그리고 아주 조용히 당신의 이야기도 다시 시작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