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큰 병원을 권유받다

by 은하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으며 우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보내고 있는 게 아니라 속절없이 흘려보내고 있었다.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지만 치료는 계속됐고 설명은 늘 비슷했다. "조금 더 지켜보죠." "근육 긴장일 수도 있어요." "스트레스가 많으신가 봐요. 처음엔 희망이었던 그 말들이 어느새 텅 빈 공허함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불안은 소리 없이 부피를 키워갔다.



어느 날 진료실을 나서던 길, 남편이 불쑥 말을 꺼냈다.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계속 아픈데.." 그 말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을 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국 발길을 돌려 다시 진료실로 향했다. 남편의 두통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혹시 놓치고 있는 게 있는 건 아니냐고, 다른 검사를 받아봐야 하지 않겠냐고 내가 먼저 물었다. 의사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그럼, CT랑 MRI를 한번 찍어보죠." 그 말이 그날 들은 말 중 가장 무서웠다. 검사를 한다는 건,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검사를 기다리는 시간은 유난히 길고 낯설었다. 복도 의자에 앉아 순번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각자의 휴대폰만 들여다보았다. 이름을 불러도 제대로 듣지 못해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해야 했다. 마침내 검사실의 육중한 문이 닫히는 순간, 억눌러왔던 불안이 다시 엄습했다. 결과는 당일에 바로 들을 수 있었다.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던 의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왼쪽 경동맥이 조금 이상해 보입니다."



이상하다는 말. 의학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그 단어가 병명보다 더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선천적으로 없는 분들도 있습니다. 가수 박진영 씨 아시죠? 그분도 경동맥 한쪽이 없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아직 단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의사는 박진영 씨의 예를 들며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지만, 아직이라는 단어는 오히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어 내 숨통을 조여왔다. 그리고 이어진 한마디.



"소견서 작성해 드릴게요. 대학병원 진료받아보셔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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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지워졌다. 없을 수도 있고, 막혔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불확실한 말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모든 나쁜 가능성만이 내 앞에 쏟아졌다. 병원을 나와 차에 탔을 때,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크게 소리 내어 울지도 못했다. 숨죽인 채 그저 눈물만 뚝뚝 흘러내렸다. 아픈 걸 왜 더 빨리 알아보지 못했을까. 왜 막연히 괜찮아질 거라고만 믿었을까. "미안해."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날 이후 나는 본격적으로 대학병원 예약을 시작했다. 검색하고, 전화하고, 기약 없는 대기 기간을 확인하며 가능한 가장 빠른 날짜를 찾기 위해 매달렸다. 병원 앞에 갈 때마다 나는 또 울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항상 같은 이유로.



그때 처음 알았다.

사람이 진짜 무너지는 순간은 병명을 들었을 때가 아니라, 아직 병명이 없을 때라는 걸.

가장 두려운 공포는 불확실함 속에 숨어 있었다.








< 곁에 두는 말 >


: 확실하지 않다는 말 앞에서, 어떤 마음부터 무너졌나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마음속에서는 이미 가장 나쁜 장면부터 떠올려본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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