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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생각 Aug 15. 2016

영화 <터널>로 세상보기

낯선 생각

나는 '하정우'라는 배우를 사랑한다.

같은 하 씨라서가 아니라

(뭐 어차피 하정우 씨는 본명이 아니니 상관없는데...) 

그가 출연한 거의 모든 영화를

본의아니게 보면서 '나의 정우 씨'로 거듭났다.


최근 영화를 못 본지 오래되었다.

나는 글을 쓰면서 이성보다는 감성에 충실한 편이다.

그래서 텔레비전 구성작가보다는

라디오를 하면서 무언가가 충만해짐을 느껴왔다.


그런 감성 충전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것이

"영화" 보기이다. 그것도 혼자서.


보통 평일 오전 시간을 애용하는데

그럼 영화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혼자서 보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면 나는 아주 자유로운 몸과 마음으로

영화에 충실히 임할 수 있다.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면서 울다가

넘어갈 듯 웃다가

여운이 남으면 엔딩크래딧이 다 올라가고도

그 자리에 앉아서 그 여운을 마음껏 즐긴다.


뭐 어찌되었건,

주말 저녁이었던 어제 만큼은

영화를 보지않으면 마음이 바짝 말라서

쩍쩍 갈라질 것만 같았다.


그간 보고싶었던 숱한 영화들을

시간이 없어 넘기고 넘겨왔는데

정우 씨의 영화까지... 넘기는 건

내 마음에게 예의가 아닌지라.


모든 걸 뒤로 한 채

그나마 한 자리 겨우 있었던 시간으로 급 예매하고

극장으로 날아갔다. 정말로~


평소 거의 먹지도 않던

딸기요거트...뭐시기를 사들고.

마음 같아선 아메리카노 한 잔에,

치즈 팝콘을 흡입하고 싶었지만

밤11시가 훌쩍 넘은 시간. 참는게 답이다.


원맨쇼의 달인, 하 정 우

사실 제목만으로 이 영화는

'터널'에서 사고가 나고

뭔가 일이 벌어지는 구나..라는 건 안고간다.


우리나라 재난 영화들이 그렇듯

어느 정도 현실을 꼬집을랑 말랑 하다가

결국 주인공의 힘의 어느 정도 실마리를 잡고

헤쳐나가고 조금은 허무하게 끝나진 않을까?


하지만 우선 하정우의 영화역사를 보면

그는 블랙코미디가 많았다.

암울하고 우울한 분위기에서 뭔가 터트리는,

딱 꼬집는, 그리고 잡아끄는 매력.


영화'터널'  역시 그 매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터널’은 붕괴된 터널 속에 고립된

정수(하정우)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그리고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시간이 지나며 달라지는 언론, 정부,

그리고 여론의 이야기도 담겼다.


한 사람의 생명을 돈으로 계산하고

생명의 존엄성따위 개나 줘버린지 오래된

언론과 정부, 그리고 여론.


사람이 있어요! 살아있는 사람!


원작소설 <터널>을 곧 볼 예정이지만,

영화가 조금 더 밝게 표현되었다니 벌써

가슴이 시큼하다. 얼마나 더?


안전한 곳에 대피해 있으십시오.


무너진 터널 속에서 119에 전화한 정수(하정우),

안전이 무너진 곳에서 안전한 곳을 찾으라는 119대원.


가만히 있으라!

굳이 '세월호'라고 말하지 않아도,

굳이 '대통령'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무너져 가는 대한민국은 그대로 녹아있다.

수많은 현실을 반영시킨  이 영화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건

주인공 정수와 대경(오달수)이다.


가장 인간적인 그들이 아이러니하게

가장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참 슬프다.  

끝없이 이어지는 인재들이야말로

진짜 비현실적인 것이어야 하는데

그런 일들은 실제로 벌어지고 있으니

지극히 현실적이기만 하다.


씁쓸한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

시종일관 이런 부류의 웃음을 선사한다.

그 웃음 속에는 무너진 대한민국의 울음이 있다.


우리도 역시 터널에 갇혀있다.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이

위에서, 옆에서 억누르고

우린 자동차 뒷자리같은

내 공간에서 겨우 숨쉬고 버티고 있다.


우리는 살아있는데

누군가가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기껏 한 두 명 때문에

엄청난 손해를 봐야하는 거냐고,

죽었을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바로 옆에서 폭탄을 터트리면서

우리도 그렇게 살고있다.


나 아직 살아있는데...

이 영화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이렇게 외치고 있더라.


나 역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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