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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생각 Sep 18. 2021

내가 무슨 엄마라고

낯선 생각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되고 열심히 챙겨주는 엄마도 안 되면서 설렘 반, 걱정 반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제 2학년, 1학년이 된 나의 아이들, 민찬이, 영준이.

아들 둘 낳고 키우는 엄마는 정말 대단하지만, 또 정말 억센 여자구나 싶지만 결국 목메달(!)이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제 귀에 딱지가 앉고 남들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내가 먼저 내뱉아 버린다.


어유, 아들 둘이라 목메달이죠~?


그러면서 또 덧붙이는 말이 있다. 딸을 낳아야 하지 않냐고?


어유, 전 제가 공주처럼 살려구요~

 

입학하던 날, 내 손을 꼭 잡고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애타게 보던 녀석들의 눈이 마치 강아지같았다.

비 쫄딱 맞고서 벌벌 떨고 있는 불쌍한 강아지.

학교라는 세상에 내던져지는 기분을 느낀 걸까..


엄마가 있잖아, 걱정하지마


이럴 때일수록 더 든든하게 손 꼭 잡아주면서  

엄마가 언제나 네 편이라고,

뭐든지 엄마와 함께 이겨내자고 했어야 했는데

난 그러지 못했다.

뭐가 겁난다고 이래? 씩씩하게!
남자답게! 에이~ 학교 못다니겠네.


새로운 선생님, 또 새로운 친구들과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내가 먼저 토닥여 줬어야 했는데.

가끔 내 자신을 보면 징그럽게 나이만 먹어서는 어른 노릇 못하는 구석이 왜 이리 많은지 참 부끄럽다.

엄마가 엄마답지 못하고, 큰 딸이 돼서는 큰 딸답지 못하고, 누나가 돼서는 누나답지 못하고...

어쩌면 그 어느 자리에서도 하나 반듯하게 해 낸 내 몫이 있었을까?

오늘 아침,  책가방을 둘러매고 씩씩하게 인사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저 녀석이 벌써 저렇게 컸나?’  '언제 저렇게 커버렸지?' 하며 울컥해버렸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우리 아이들,  쑥쑥 자라주는 것도 참 고맙지만 무엇보다 건강하게 웃으며 자라주어

미안하고 고맙고 조금은 서럽기까지 하다.


우리 엄마는 자식들을 위해 자신을 버리고 참고 견디는 삶을 살아오셨는데,

그게 정말 싫어서 나는 내 생각, 내 행복 생각하며 살고 싶었는데

가끔은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눈물 나고

가끔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거야 하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한참 불교대학을 다니며 공부할 때 스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삶의 고락(苦樂)은 같은 것인데 미련한 중생들은 이것을 알지 못하고
자꾸 스스로를 괴롭히느니라. 이것은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_ 4년전 서랍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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