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 웜백 <우리는 언제나 늑대였다>
글쓰기 동지가 책을 한 권 선물해주었다. 책 선물의 포인트는 절대 읽기 싫다고 책을 팔거나 버리지 말고, 그 책을 다른 여성분에게 선물로 줘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 책은 새롭게 사회로 나서는 나에게 딱 알맞게도 여성이 리더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했다.
연설문처럼 존댓말로 어미가 마무리된 이 책은 애비 웜백의 연설을 듣는 것처럼 쉬운 말로 쓰였고, 그만큼 이해도 많이 가고 공감도 많이 갔다. 애비 웜백은 올림픽 금메달을 두 번이나 쟁취한 축구 선수이다. 필드를 거침없이 뛰었을 애비 웜백이 대체 어떤 이야기를 글쓰기 동지에게 해줬을까 하는 호기심이 떠올랐다.
책을 펼친 후 제일 먼저 마킹한 문장은 이것이었다.
p.27 나는 '하나의 팀'으로 이기거나 지는 걸 사랑했습니다.
믿고 따를만한 선배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항상 동지와 팀에 대한 갈망이 컸었다. 우리 팀원, 우리 동료, 우리 팀이라는 끈끈한 동료애에 대한 갈망은 첫 사회생활에서는 미처 채워지지 못했다. 그러다 과거 성과를 잘 평가받아 팀장이 되었고, '우리 팀'이라는 지대했던 갈망은 드디어 채워졌다. 우리 팀에게 혼심을 다 하였다. 그들이 나의 커리어를 따라서 안정적이고 인정받는 커리어를 쌓을 수 있게, 모든 것을 내주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폭풍을 만나 그들보다도 내가 먼저 그곳을 떠나게 되었지만, 나는 자매를 얻었다.
하나의 팀으로 이기는 것은 서로에게 잊지 못할 진한 추억을 뇌리에 남겨준다. 힘들어도 도망가지 않게 붙잡아주고, 지쳐도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벤치를 놓아준다. 목표를 성취했을 때의 성취감은 두 배가 된다. 엔도르핀이 내 에너지의 총량을 뛰어넘어, 내 능력의 체력을 높여준다. 근육이 찢어져 근량이 늘었을 때처럼, 함께 겪은 찢어질 듯한 고통은 나의 자양분이 되어 더 힘든 일, 더 큰 일도 견딜 수 있게 해 준다.
이처럼, 나는 팀으로서의 추억을 사랑했다. 우리 팀을 사랑했다. 그렇게 사랑했던 우리 팀을 떠난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토큰으로만 쓰였다.
p.62 우리는 그저 감사하기만 하는 태도는
권력이 몇 명의 여성을 토큰처럼 쓰면서
우리의 나머지를 있던 곳에 머물도록 만드는 방식
그 자체라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나는 토큰처럼 쓰이길 거부했고, 더 큰 세상을 찾아 떠났다. 내가 발 담았던 이곳보다는 어떤 일을 하던 지, 더 큰 일을 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떠났다. 그리고 슬펐다. 혼자 떠나는 것이 비겁하고 도망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이 일을 잊지 않고 곱씹을 거다. 그리고 내 손으로 큰 일을 이루어서, 수많은 우리 팀과 자매들을 만들고 싶다. 나는 항상 늑대였으니까, 이 슬픔을 곱씹어서 게임을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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