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엄마 이야기
24w6d / D-106
딴-따 단-따 단-따 단-따 단-따.....
바다르체프스카의 '소녀의 기도'라는 피아노 연주곡이란다.
무심히 틀어 놓은 태교음악 리스트에서 이 곡이 흘러 나왔을 때
엄마는 바로 너에겐 외할머니가 될 엄마의 엄마가 떠올랐어.
엄마의 엄마는 이 곡을 어릴 때부터 좋아하셨데.
엄마의 엄마는 어릴 적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피아노를 배우지 못하셨고
그 아쉬움과 미련을 이 엄마가 풀어주길 바라셨지.
엄마가 피아노를 배우고,
악보를 보면서 더듬 더듬 이런 저런 곡을 연주하게 되었을 무렵, 어느 날 엄마의 엄마가 물었어.
"소녀의 기도라는 곡을 칠 수 있겠니?"
엄마는 얼마 후 악보를 찾아 연습을 시작했고
매번 건반을 잘못 눌러 몇 번이고 중간에 연주가 끊기는 날에도
엄마의 엄마는 엄마의 연주에 귀를 기울여 주셨어.
그때는 짐작도 못했었는데, 지금 와 생각해보니
아마도 엄마의 엄마는 피아노 앞에 앉아 '소녀의 기도'를 연주하는 엄마를 보며
엄마 대신 당신이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하셨을 거야.
그때 알았더라면...
잘 치지는 못했어도 더 많이 엄마 곁에서 연주해 드릴 걸 하는 후회가 이제야...
뱃속에 너를 품고 나니 이제야 후회가 밀려오는 구나.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엄마는 엄마의 엄마에게 피아노 기초를 조금씩 가르쳐 드렸고
엄마의 엄마는 아주 간단한 동요 정도는 연주할 수 있게 되었지.
하지만 이내 엄마가 바쁘다는 핑계로 그 피아노 수업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고
몇 해 뒤 다시 한번 해보자는 엄마의 권유에 엄마의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어.
"이제는 눈이 어두워져서 악보 보는 게 힘들어졌어"
그렇게 엄마의 엄마가 '소녀의 기도'를 연주하는 꿈은
나른한 어느 일요일 오후,
커튼 사이로 스며든 희미한 햇살과 함께
피아노 앞에 앉은 엄마의 엄마 모습도 희미해져 버렸단다.
그리고,
잊고 있던 엄마의 엄마의 소박한 꿈을
오늘 엄마는 로하 너와 함께 듣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