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단 게 좋아졌어 :)
25w3d / D-102
달달한 맛을 유난히도 좋아하는 로하.
엄마의 직장 동료 중 누군가는
엄마가 달달한 무언가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얘기했어.
"차장님, 이렇게 단걸 먹는 모습은 거의 못 본 거 같은데요"
엄마는 너를 뱃속에 품기 전까지는 단 음식은
사람을 모욕하는 거 같아 싫어했고,
달달한 군것질 거리는 혀 위에서 녹는 순간 현기증이 나는 듯하여
정말이지 어쩌다 한두 번 정도 먹을 정도 였단다.
그랬던 엄마가 너와 함께하면서는 부쩍 단 맛을 찾게 돼.
임신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덧을 시작했을 땐
토마토를 썰어 그 위에 흰 설탕을 듬뿍도 모자라 한 숟가락 더 뿌려 달라 했었고
조금 전 엄마는 친구와 함께 피자와 파스타를 배불리 먹고서도
이렇게 진하디 진하고 달달한 브라우니를 앞에 두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오늘도 엄마는 너와 만나게 된 이야기를 친구와 함께 나누었어.
소풍을 가려고 한껏 차려입고 도시락을 준비한 어느 설레는 휴일,
예고 없이 갑작스레 들이닥친 손님처럼,
널 맞아야 했던 이야기.
널 만난 후 엄마의 솔직한 심정들.
가령,
너를 만나고 예상치도 못한 전업 주부가 되면서 느끼게 되었던
혼란스럽고 힘들었던 감정들에 대해서 말이지...
엄마의 너무 솔직한 이야기들 때문에 뱃속에서 너무 놀라거나 서운해하지는 않았으면 해.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찾아 온 너를
당황하지 않고 웃으며 맞이하기엔 엄마도 준비가 필요했으니까.
네가 엄마 뱃속에서 엄마의 체온과 함께하며 조금씩 커가는 것처럼
엄마 배 위로 불룩 불룩 튀어나오는 너의 손과 발을 보며 엄마도 엄마의 모습으로 커가고 있거든.
아주 조금 더디긴 하겠지만...
달달한 맛에 현기증을 느끼던 엄마가
설탕 한 숟가락 듬뜩 뿌려진 토마토를 좋아하는 너의 모습과 닮아가는 것처럼.
물론, 엄마의 오랜 습관이던 하루 한 잔 거를 수 없는 커피와
내일 모레 임당검사를 앞두고도 브라우니를 먹고 있는 이 모습은
엄마의 몇 안 되는 낛으로 이해해줄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