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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성을 받아들이는 것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2021 / 룰루 밀러) 읽고

by 박병수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물고기'라는 단어가 어떤 은유나 상징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어갈수록 알게 된 사실은 작가가 정말로 '물고기'라는 생물학적 카테고리가 해체되는 과정을 따라가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이 지점에서 첫 번째 놀라움이 찾아왔다.

과학적 사실을 좇는 여정을 어떻게 자기 자신의 삶과 혼돈으로 연결할 수 있었을까.


책을 덮었을 때엔, 다시 '물고기'가 하나의 상징으로 되돌아왔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결국 완전한 질서란 있을 수 없다는 뜻으로 읽혔고, 작가 자신이 본인의 불완전성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특히 책의 252p 마지막 문장이 떠오른다.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어쩌면 이 마지막 문장을 만나려고, 이 책의 목소리에 숨 죽이고 따라온 건지도 모르겠다.

나를 평가하는 수많은 목소리에 휘둘리지 말라는 작가의 위로가 여운처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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