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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을 바꿀 수 있는 것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1818 출간) 읽고

by 박병수

메리 셸리가 쓴 <프랑켄슈타인>에서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괴물은 외적 추함 때문에 배척을 당한다.

괴물은 도망치며 만난 사람들에게 지극히 인간적이고, 선한 갈망을 보인다.

그러나 자신이 보인 따스한 호의가 오로지 외모에 의해 계속 거절당하는 경험을 하며 결국 욕망에 사로잡힌다.


이는 외모와 본성 사이의 괴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의 태도에 의해 본성이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연결된다. 나는 인간의 본성이 선천적으로 고정된다고 믿는다. 각자가 가진 추함 -뒤틀린 성적 욕망이나 이기적인 마음, 타인에 대한 질투, 사랑하는 이에 대한 분노와 같은-은 사람마다 다를지언정, 우리가 지향하는 선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내가 이제껏 경험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사랑, 인정, 연결을 항상 갈구했다.


<프랑켄슈타인>에서 창조자에 대한 괴물의 절절한 독백을 들으며 타인의 태도가 나의 본성을 선하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내 본성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타인의 따뜻한 태도가 본성의 어두운 면을 가리고, 선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강력한 힘을 지닌다. 예를 들어, 괴물은 창조자 빅토르 프랑켄슈타인과 자신이 호의를 베푼 사람들의 냉대 속에서 점점 더 분노에 사로잡혔다. 초기에 보여준 괴물의 갈망은 다른 존재와의 연결이었는데, 그가 단 한 번이라도 따뜻한 대우를 받았다면 다른 방향으로 발현되었을지도 모른다.


내 삶에서 타인의 따뜻한 태도가 내면에 있는 선한 지향을 북돋우고, 추한 본성을 드러내지 않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나는 처음 보는 사람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대하고, 아침에 만나는 이웃의 미소를 보고 싶고, 사랑하는 가족의 지지를 받기 위해 더 나은 사람으로 향하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태도가 내 안의 본성을 바꾸지 못할지라도, 마치 거울처럼 내가 지향하는 선한 모습을 비추고, 악한 면을 가린다.


<프랑켄슈타인>을 읽고 인간 본성의 양면성을 떠올린다. 나는 타인의 따뜻한 태도가 내 안의 선을 키우고 추함을 덮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결국,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개인의 본성을 어떻게 드러내고,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타인의 태도가 인간의 본성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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