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 발표)(2020 새움출판사 번역) 읽고
아주 혼잡한 카페에서 책을 꺼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쓰메 소세키 지음, 새움출판사). 표지 뒤에 각주가 빼곡하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직접 펼쳐보니 주석이 진짜 본문과 맞먹을 기세였다. 잠깐 고민했다. 웃음을 분석하기보다 그냥 웃기로 했다. 주석은 제대로 건너뛰기로.
1905년에 발표된 이 소설의 화자는 이름조차 없는 고양이다. 고양이는 주인집에 드나드는 인간들을 관찰하고, 품평하고, 때로는 비웃는다. 묘한 건 그 시선이 퍽 정확하다는 점이다. 사람의 마음을 다 헤아리며 말하는 것 같은 고양이의 독백—소세키는 이 설정 하나로 메이지 시대 지식인 사회의 허영과 위선을 능청스럽게 꼬집는다.
연재소설로 시작해 어쩌다 장편이 된 구조 탓인지, 장과 장 사이의 연결이 자연스럽지는 않다. 그래도 괜찮다. 이 소설의 진짜 맛은 서사가 아니라 입담에 있으니까. 특히나 등장인물 메이테이는 매번 쿡쿡 웃게 만드는 인물이다. 그의 대사는 과장되고 엉뚱하지만, 그 안에 날 선 풍자가 살아 있다.
한 장면에서 메이테이가 말동무인 구샤미의 집에 찾아와 구샤미의 아내에게 말을 건넨다. 식사를 하지 않아서 배고프다고. 하지만 안주인이 준비하겠다고 밝힌 메뉴 오차즈케는 싫다며 거절한다. 거절하며 안 그래도 오는 길에 메밀 소바를 주문해서 가져왔다고 주섬 주섬 꺼내기 시작한다. 이때 안주인의 대답은 단 한마디였다. "어머." 소세키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안주인은 단 한마디 말했지만 그 어머 속에는 놀란 어머와 불쾌한 어머와 수고를 덜어서 고맙다는 어머가 합쳐져 있다.'(《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새움출판사 293p)
이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단어 하나에 감정 세 개가 동시에 실린다 ㅡ 생각해 보면 우리는 매일 그렇게 말하고 있다. "괜찮아"에 정말 괜찮은 마음과, 살짝 섭섭한 마음과, 더 물어봐 줬으면 하는 마음이 겹쳐 있는 것처럼. 언어는 감정을 담기에 늘 조금씩 좁다.
퇴근하면 아이들이 현관으로 달려올 때가 있다. "아빠!" 그 한마디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나는 아직 다 모른다. 보고 싶었다는 마음과 오늘 있었던 일을 빨리 이야기하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오늘은 덜 바쁜 아빠가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까지.
경제 뉴스를 읽고 숫자를 분석하는 일을 하다 보면, 사람이 데이터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날 밤, 아이들을 재우고 다시 책을 폈다. 소설 후반부에서 고양이가 이런 말을 남긴다.
"무사태평해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밑바닥을 두드려 보면 어쩐지 슬픈 소리가 난다."
데이터 뒤에 있는 사람들을, 그리고 나 자신을 두드려보면 ㅡ 이따금 그 소리가 들릴 것 같다. 단단해 보이는 표면 아래, 어쩐지 슬플 것 같은 소리. 1905년의 고양이가 현재를 관찰했더라도, 아마 같은 결론을 냈을 것이다. 그래도 이름은 없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