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더워."
동생이 시동을 걸자마자 에어컨 버튼을 눌렀다.
송풍구에서 바람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미적지근했다.
나는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면서 창문을 열었다.
주차장 안의 공기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언니 에어컨 틀었잖아."
나는 창문을 다시 닫았다.
차가 천천히 경사로를 올라 지상으로 나왔다.
한낮의 햇살이 앞유리를 가득 채웠다.
눈부셔서 순간 눈을 찡그렸다.
"즐거운 관람되세요."
우리는 신비롭게 생긴
빨간 커튼을 뒤로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연출 너무 좋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엄마는 작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머 멋지다~"
엄마는 전시회가 처음이었다.
나뭇가지를 지나
종이 위에 번진 달빛을 따라
얼음처럼 엷게 번진 색 위에서
발레리나가 춤을 추고 있었다.
흰 치마의 끝을 가볍게 날리며
싱그럽고 고고하게 움직였다
경쾌한 리듬이 더해지니
마치 오래된 영화를 보는 듯했다
엄마는 그 앞에서
유쾌하게 발레포즈를
취하고는 재밌어하셨다.
나는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겨뒀다.
우리는 천천히 더 안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엄마의 발이 멈춰 섰다.
그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온도, 밀도, 무게. 그 모두가.
벽 한 면 가득, 밀밭이 펼쳐져 있었다.
천장부터 이어져있는
그 크기는 마치 그림 속에
있는듯한 착각을 만들어 냈다.
지평선까지 이어져 있을 거 같은
황금빛 물결이었다.
그려져 있다기보다는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했다.
밀밭 너머로 구름이 천천히 흘러갔다.
지평선 쪽 하늘이 점점 붉어졌다.
석양이 지고 있었다.
밀밭의 색도 그 움직임에 따라 미세하게 변해갔다.
엄마는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마치 만질 수 있을 것처럼.
"엄마 그거 만지면 안 돼"
"진짜 같아."
동생도 옆에서 감탄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밀밭이 사라졌다!
순간 전시실 안이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