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by sleek




1월 1일, 약속의 시간이 도착했다.

두 달간의 방학이 끝났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면

무엇이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분 좋은 가설을 세우고 몰두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현실의 시계는 멈추지 않았고,

나는 나 자신과 약속한 '복귀의 날'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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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같은 행운은 가끔 비켜가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내 몫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혹시 모를 한 달의 여유를 더 벌어보고자

샀던 로또는 단 두 개의 숫자만을 남긴 채 종이 조각이 되었다.


"만 원어치를 샀더라면 달랐을까?"


잠시 부질없는 생각을 해봤다.

일주일의 나의 짧디 짧은 설렘은 그렇게 끝이 났다.

오천 원어치 설렘을 일주일 동안 산거다. 나는


결국 12월 31일, 다시 구인 공고를 살폈다.

내일은 면접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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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 입고 출근하는 건 일 갔다 와서 해야겠다.


그 자유로운 오전 시간들,

도서관에서 보내던 고요한 오후들을 완전히 포기하는 건 아니다.

다만 시간의 배치를 바꾸는 것뿐이다.


저녁에도 글은 쓸 수 있다.

주말에도 생각할 수 있다.




두 달간 나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나는 도서관분위기를 좋아했다.

책은 두 권을 번갈아 읽는 게 좋았다.

그림 그리는 건 싫어졌다.

디자인도 싫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생각보다 돈이 많이 필요했다.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자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 좋은 거 같다.

신앙은 좋은 것이다.

앞으로의 삶이 분명해졌다.


그러므로 내가 원하는 건 반드시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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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새로운 시작이라기보다는,

다음 단계로의 이행이다.


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 두 달간 실험했고,

이제 그 실험의 결과를 현실과 접목시킬 시간이다.


내가 막연히 꿈만 꾸던 일로

돈을 벌 수 있을 때까지,

나는 기꺼이 나의 가장 성실한 스폰서가 될 것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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