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시즌2]5부. 증세와 소비의 재설계(13장)

13장. 왜 세금은 복잡해졌는가

by 밀리폭

한국 사회에서
세금은 늘 논쟁의 대상이었지만,
그 논쟁이 정확히 무엇을 둘러싼 것인지는
좀처럼 선명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많이 낸다고 느꼈고,
국가는 늘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그 사이에서
한 가지 질문은
계속 흐려졌습니다.

누가,
언제,
얼마를 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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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게 설계된 세금들

한국의 세금 구조는
의도적으로 복잡해져 있었습니다.

법인세에는
산업별·규모별 예외가 겹겹이 붙어 있었고,

인상에 한 논의가 시작될 때마다

자본은 언제나 이동의 언어로 응답했습니다.

공장을 옮기고,
본사를 이전하고,
과세가 느슨한 국가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국경을 넘어갔습니다.


종합소득세는
근로소득, 사업소득, 금융소득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기준으로 계산되었습니다.

같은 소득이라도
어떤 형태로 벌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세율이 적용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가 얼마나 내고 있는지”보다
“왜 항상 불공정하다고 느끼는지”를
먼저 말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사업자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사이에 놓여 있었고,
고용주는
급여 외에도
4대 보험이라는 준조세에 가까운 또 다른 비용을 부담했습니다.
4대 보험은 개인의 권리로 설계되었지만,
기업에게는 채용 인원 전체에 부과되는
고정 비용으로 작동했습니다.


그 결과,

사람을 더 채용하거나

주 4일 근무처럼 유연한 구조를 실험하는 일은

제도적으로 쉽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이 비용은
월급 명세서에 한 줄로 찍히지 않았고,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에도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를 내고 있는지보다,
왜 이렇게 불만이 쌓이는지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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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이 포화된 세원

특히 소득세는
이미 갈등이 포화된 영역이었습니다.

근로자는
“이미 충분히 떼이고 있다”고 느꼈고,
자영업자는
“성실하게 신고할수록 손해”라고 말했습니다.

법인세 역시
기업 규모와 산업을 둘러싼 논쟁 속에서
정치적 상징이 되어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높았고,
누군가에게는 늘 낮았습니다.

이 세원들 위에서
기본소득이라는 대규모 재정을 설계하는 일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피로의 문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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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세는 늘 논란의 대상이었다

물론 소비세 역시
완전히 중립적인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소비세는
소득이 낮을수록
부담이 커지는 역진적 성격을 가진다는 비판을
오랫동안 받아 왔습니다.

이 논란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형 기본소득은
소비세를 단독의 해법으로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소비로 걷고,
다시 모두에게 되돌리는 구조를 통해
부담과 환류가 같은 경로를 지나가도록 설계했습니다.

소비세가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세금이 아니라,
돌아오는 경로가 함께 보이는 구조가 될 때
역진성은 고정된 속성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로 다뤄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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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소비로 이동했다

소비는
유일하게 예외가 적은 영역이었습니다.

사람은
벌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완전히 소비하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소득은 숨길 수 있었지만,
소비는 남았습니다.

무엇보다
소비는 이미
지역화폐와 소비쿠폰을 통해
정책적으로 여러 차례 사용된 경험이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는
소비가 정책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술은
그 소비를
발생과 거의 동시에 기록하고 정산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미 도달해 있었습니다.

이 변화는
크게 설명되지 않았고,
굳이 강조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세금은
나중에 정산되는 부담이 아니라,
소비와 함께 지나가는 구조로
조용히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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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음이 만든 불신

한국형 기본소득은
세금을 더 걷기 전에
한 가지를 먼저 정리하려 했습니다.

얼마를 걷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가였습니다.

복잡한 세금이라는 문제는
부담을 키웠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관계를 흐렸기 때문입니다.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위해 내고 있는지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자신에게 돌아오는 걸 체감할 수 없었고
분노만 남았습니다.


소비세를
소비만 가능한 기본소득으로 환원한 설계는,
이 세금이 낭비되는 재원이 아니라
다시 국내 소비로 돌아오는 구조임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 주는 선택이었습니다.


한국형 기본소득은
증세를 똑똑하게 선택했습니다.

증세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쌓이지 않도록
선명하게 구조를 바꾸었습니다.


《이중 구조 부가가치세》

VAT 10% → 20% 인상
※ 인상분 10%는 기본소득 전용 재원으로 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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