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순한맛 육아 캠프

그때는 몰랐던 조리원 천국의 의미

by 이꺽정


병원에서의 짧다면 짧은 입원 생활을 마치고 아기와 함께 다음 여정인 조리원으로 향했다. 신생아실에서 조심스럽게 받아 든 아기는 내가 몇 번을 빨고, 몇 번을 말린 배냇저고리를 입고, 속싸개와 겉싸개에 포옥 안긴 채로 쿨쿨 자고 있었다. 어떻게 아기를 안아야 하는 건지, 혹시라도 울면 어떻게 달래야 할지 신생아 육아 경험치는 0이라고 봐도 무방한 못 미더운 엄마아빠에게 안겨있는 걸 아는 걸까, 모르는 걸까. 나는 모유수유를 하며 이미 몇 번 안아봤지만 그때 아기를 처음 안아보는 남편은 전에는 본 적 없는 가장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그리고 사랑이 톡톡 떨어지는 눈짓으로 아기를 안고, 또 바라보았다.

아기는 병원 신생아실에서 조리원 신생아실로 무사히 옮겨졌다. 아기와 함께 하는 얼마 안 되는 이동도 이렇게 하나하나 미션처럼 느껴지고, 조심스러운데 앞으로 배워야 할 게 얼마나 많을까 까마득해졌다.




조리원에서의 첫 모자동실 시간은 행복과 당황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신생아실 선생님이 오셔서 아기를 어떻게 안아야 하는지, 속싸개는 어떻게 싸야 하는지, 기저귀를 갈 때는 어떻게 하는지, 젖병은 어떻게 잡고 먹이고, 트림은 어떻게 시키는지 기본적인 것들을 직접 보여주시면서 일러주셨는데, 선생님이 하실 때는 하나도 어렵지 않고 쉬워 보였던 것들이 직접 하려니 어쩐지 쩔쩔매게 되고, 연신 진땀을 닦게 되었다. 아기 침대에 누워서 쿨쿨 자고 있는 아기를 무슨 작품 바라보듯이 가만히 바라보면서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은 순간도 지났다. 조리원에서 찍은 엄마, 아빠, 그리고 아기 세 가족의 가족사진은 아기를 안고 있는 포즈부터 어색하다.

그렇게 조리원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집으로 돌아가 본격적인 육아 실전에 돌입하기 전, 잠시 머무르는 조리원을 엄마아빠는 “조리원 천국"이라고 부른다. 이미 출산을 경험한 선배 엄마들은 나에게 조리원에 있을 때는 무조건 잘 먹고, 푹 쉬고, 잠을 많이 자라는 한결같은 조언을 했다. 그 조언에서 가장 방점이 찍혀있는 것은 아무래도 잠이었다. 그렇지만 모든 경험이 으레 그렇듯이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그 말의 의미를 잘 깨닫지 못한다. 집에 돌아와 n개월차 육아를 하고 있는 지금, 나도 출산을 앞둔 친구에게 내가 들었던 조언을 똑같이 목 터져라 외치는 입장이 되었다.

조리원에서의 생활은 나름대로 분주했다. 모자동실 시간도 하루에 두 번이었고, 중간중간 모유수유도 해야지, 세끼 식사에 간식까지 나와서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하고, 마사지도 받으러 갔다가, 조리원에서 준비되어 있는 각종 교육들을 챙겨 듣는 것도 바빴다. 밤과 새벽에는 이따금씩 일어나서 유축도 했다.

조리원 생활은 엄청나게 순한맛 육아캠프 같은 느낌이었다. 바나나맛 우유에 진짜 바나나가 들어있지 않고, 바나나향이 첨가되어 있는 것처럼 조리원에서의 생활은 육아의 맛보다는 향 정도만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당황과 당황의 연속이었다. 계속 제멋대로 풀려버리는 속싸개, 기저귀를 열었는데 처음으로 마주한 응가와의 눈 맞춤, 배고프다고 우는 아기를 달래다가 젖병을 받으러 신생아실로 부리나케 내달리기, 새로운 퀘스트를 마주칠 때마다 아기를 신생아실로 데려다주고 난 뒤에 육아 정보를 열심히 보면서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예전에는 흘려들었던 내용들도 이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그렇게 쏙쏙 들어올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기가 다시 방에 올라오면 하나씩 실습을 했다. 제법 신생아실 선생님이 해주신 것처럼 그럴싸하게 속싸개를 싸게 되었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조리원에서 바쁘다고, 조리원 육아도 꽤 쉽지 않네 생각했는데, 그때의 내가 눈앞에 있다면 너무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다. 그때는 차려준 밥, 빨아준 옷, 타준 분유, 이미 깨끗하게 씻은 아기와 무엇보다 깊은 잠이 있었고, 지금은 너무나도 단호하게 없다.

2주가 꽤 길 꺼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나도 모르는 사이 점프한 듯이 퇴소날이 밝아왔고,
조리원 문을 나서며 엄청순한맛 육아캠프는 끝,

아기를 품에 안고 실전 육아 세계로 입성했다.

화, 목, 토 연재
이전 03화일 톤짜리 보물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