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거푸집, 판박이

알고 보면 엄마 닮은 아기

by 이꺽정


아기가 태어났을 때, 가족들과 친구들이 모두 입을 모아 남편을 쏙 빼닮았다고 했다.

붕어빵이다, 거푸집이다, 판박이다! 쏙 빼닮았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명사들을 가져다가 붙이면서 말이다. 몇 달 동안이나 내가 소중히 뱃속에 품고 있었는데,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몸과 맘이 힘들었던 것도, 아팠던 것도 나의 비중이 훨씬 더 높았는데, 다 남편만 닮았다고 하니까 살짝 속상했다. 그렇지만 내가 봐도 잠들어있는 표정이 남편과 너무 쏙 빼닮아서 깜짝 놀랐던 적도 있었다.

눈도 제대로 못 뜨고 탈춤을 추는 것처럼 팔다리를 휘젓고, 꼬물거리는 아기를 바라보면서, 요리조리 나를 닮은 부분들을 찾기도 했다. 그래서 알아낸 게 귀 모양이 정말 나를 닮았다는 것, 발 모양이 틀림없이 내 아기라는 것! 닮았다고 당당히 이야기하기엔 너무 자세히, 한참을 찾아봐야 하는 포인트들이라서 나조차도 아쉬웠다. 귀가 엄마를 닮았네요, 혹은 발 모양이 엄마를 쏙 빼닮았네요,라고 이야기를 듣기는 하늘의 별따기까지는 아니어도 나무 위에 감 따기 정도는 될 만큼 어렵게 들린다. 절반쯤은 나의 지분이 있어야 하는데 참 의아했다.



그런데,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볼수록 너무 신기하다. 열심히 젖병을 빠는 진지한 표정에서 내 얼굴이 보이고, 재미가 없는지 야심 차게 새로 준비한 장난감을 앞에 두고 시무룩한 표정에서 내 얼굴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어느 밤 쌔근쌔근 자고 있는 아기의 얼굴은 정말 나랑 꼭 닮았다.

조그마한 아기 침대에서 마치 작아진 내가 자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얼굴이 나와 닮아서 깜깜한 방 안에서 작은 조명을 하나만 켜두고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자꾸 베실베실 웃음이 났다.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가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아기의 얼굴에서 찾은 내 얼굴은 어찌나 천사 같고 예쁜지 한참을 바라보고 있어도 계속 보고 싶었다.

ㅡ 정말 예쁘고 천사 같다.

나를 닮았다고 생각하면서 하기엔 조금 오글거리는 표현이었지만, 아기를 보고 있으면 절로 세상에서 제일 어여쁜 형용사는 다 가져다가 쓰게 된다. 쿨쿨 잘도 자는 작은 나의 아기는 너무너무 예뻤다. 그리고, 그런 아기는 나를 닮았으니 나도 꽤 예뻤구나, 싶었다.

비록 다음날 우리 집에 놀러 온 친구가 아기를 보고 작은 남편이라고 신기해했지만, 아기에게서 나의 모습을 넘치게 찾은 나는 하나도 서운하거나 억울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내 비중도 꽤 높았으니까.

알고 보면 엄마 닮은 아기라고! 속으로 꽤나 의기양양했다.


요즘도 어떤 날에는 아침에는 나를 닮고, 점심에는 남편을 닮고, 또 저녁에는 나를 닮았다. 아기의 얼굴은 커가면서 계~속 변한다고 하던데, 내 유전자가 좀 더 힘내주기를 응원해 본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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