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꾹질은 구면입니다만
아기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신생아실에 면회를 갔을 때, 아기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감동의 눈물을 쏟을 줄 알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어색함과 당황스러움이 감동보다 먼저 찾아왔다. 한눈에 뿅 사랑에 빠질 줄 알았는데, 너무 신기해서 나머지 감정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 아기가 내 아기라고? 처음 뵙는 아기의 실물이 얼떨떨했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보는 태어난 지 이틀차 아기는 너무 작았는데, 또 내 뱃속에 있었다고 생각하면 너무 컸다. 어떻게 내 뱃속에 있었을까, 얼마나 웅크리고 있었을까, 팔이랑 다리를 펼 수 있는 공간은 되었으려나? 괜히 내 배를 쓰다듬으며 한 때 아기가 이곳에 있었음을 다시금 상기했다. 뱃속에 있을 때는 초음파로 여기가 눈, 여기가 코, 반짝반짝 별처럼 뛰고 있는 게 심장, 여기가 다리, 친절하게 의사 선생님이 설명해 주셨지만, 초음파는 봐도 봐도 도통 아기가 어떤 자세로 있는 건지 예상하기 힘들었다. 내가 명확하게 알아볼 수 있었던 건 큼지막한 콧구멍! 마치 아기 원숭이를 연상케 하는 비주얼뿐이었다.
태동으로 꿀렁이는 배를 만지면서 여기가 손인가…? 여기가 다리…?! 늘 짐작만 했었다. 그리고 그 다음번 진료에 가면 내 예상이 엉망진창이었다는 걸 깨달았지만, 또 금방 똑같은 짐작을 반복하긴 했다. 세상에 태어난 아기는 초음파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라서 저 아기가 정말 내 아기인가, 신기한 마음 한 그릇에 난생처음 보는 존재를 만난듯한 어색한 마음이 두어 스푼 더해졌다.
엄마 아빠가 아기를 표현할 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눈에 넣으면 엄청 아플 것 같은 사이즈였고, 사실 눈에 넣는 건 불가능할 크기였다. 물론, 그만큼 사랑한다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신기함, 어색함, 당황스러움을 느끼면 아기를 바라보다 보니 애틋함과 감동이 뒤늦게 번져서 그래도 첫 만남에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었다. 내가 내 아기가 어색하다니, 벌써부터 엄마 점수 빵점인 게 아닌지 걱정되었다.
ㅡ
그 어색함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기를 품에 안았을 때, 그리고 처음으로 수유를 한 뒤에 딸꾹, 딸꾹, 딸꾹질을 하는 아기를 느꼈을 때이다. 추워서도 딸꾹질을 하고, 밥 먹고 나면 딸꾹질을 하고, 신생아는 딸꾹질을 많이 한다던데, 우리 아기는 뱃속에서도 딸꾹질을 꽤 많이 했었다.
자려고 누우면 뱃속에서 일정한 박동 같은 게 느껴져서 찾아보니 태아가 딸꾹질을 하는 거라는 글을 보고는 어찌나 신기했던지, 너무 자주 딸꾹질을 하는 것 같아서 슬며시 걱정이 될 때도 있었다. 그리고, 내 뱃속에서 느껴지던 리듬의 딸꾹질을 내가 품에 안은 작은 존재가 똑같이 하고 있음을 느꼈을 때, 진짜로 내 뱃속에 있던 생명이 너였구나,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가득 찼다.
딸꾹질을 자진모리장단으로 하는 것도 아닐 테고, 딸꾹질의 리듬이란 게 거기서 거기일 테지만, 그래도 딸꾹질이 딱 내 뱃속에서 몇 달을 먹고, 자고, 놀던 내 아기였다.
태어난 지 n개월 차 아기가 된 지금도 아기는 딸꾹질을 자주 하는데, 그때마다 처음에 느꼈던 어색함과 다시 느꼈던 반가움이 떠올라서 딸꾹, 딸꾹 우리 집 귀여운 딸꾹새의 딸꾹질을 따라서 나도 함께 소리를 내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