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신생아 라이프스타일

쪽맘마, 쪽잠에 기운이 쪽쪽

by 이꺽정


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첫날, 병원생활까지 합치면 거의 3주 동안 집을 비웠던 거라 집이 몹시 반가웠다. 드디어 내 침대에서 잘 수 있다니!


처음으로 집에 온 아기도 혹시라도 너무 낯설어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아기를 위해 열심히 준비해 두었던 물건들이 드디어 작은 주인을 맞이하고 바빠지기 시작했다. 다만, 집에 와서 처음으로 타는 분유는 아직 분유포트를 제대로 쓸 줄 모르는 탓에, 엄밀히 말하자면 어떻게 쓰는지 금방 잊어버린 탓에 허둥지둥 엉망진창이었다. 아기에게 주는 첫 웰컴드링크가 맹숭맹숭한 분유라떼라니,

조리원을 퇴소할 때 선생님들이 아기가 몸무게가 얼마인지, 한 번에 얼마나 분유를 먹는지, 하루에 몇 번 먹는지, 기저귀는 얼마나 갈아주어야 하는지 기본적인 정보를 써둔 종이를 함께 챙겨주셨는데, 조리원에서 모자동실을 하면서 하루에 2-3번의 맘마와 3-4번의 기저귀를 갈아본 게 전부인 우리는 그 종이에 담긴 신생아의 라이프스타일이 얼마나 무지막지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조리원에서 돌아온 첫날은 많은 초보 엄마아빠의 후기에서 보았던 것처럼 고난 그 자체였다. 집에 와서 처음에는 쿨쿨 잘 자주어서, 우리 아기는 다른가 봐!라고 생각하는 우를 범했고, 그게 아니었음을 그 밤에 절실하게 실감하였다.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육아 첫날인데 벌써 기운이 쪽쪽, 새벽에 우는 아기를 달래며 좀비 같은 표정과 몸짓으로 남편과 마주 보며 허허, 헛웃음을 지었다.


갓난아기의 위장 사이즈는 엄지 손가락만 해서 한 번에 맘마를 먹을 때 많이 먹을 수 없다. 많이 먹으면 왈칵 토하거나 배가 불편해서 울기 때문에 적은 양을 2시간 정도 간격으로 나눠서 먹여야 한다. 아기는 열심히 맘마를 먹고 배가 어느 정도 차면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는데, 바로 눕히면 역류할 수 있으니까 밥 먹고 쿨쿨 잠든 아기를 품에 알고 열심히 등을 토닥였다. 그리고 눕힐만하면 귀신같이 깨버렸고, 조금 달래다 보면 금방 다시 밥 먹을 시간이 다가왔다. 하루 세끼 돌밥도 힘든데, 아기는 하루에 적게는 8번, 많게는 10번의 맘마를 먹었다. 거기에 남편과 번갈아서 챙겨 먹는 우리의 식사까지 합치면 하루에 15끼는 챙겨야 했다.

신생아는 하루의 대부분을 잔다고 했는데, 그게 밥 먹다 안겨서 잠드는 것, 달랠 때 잠시 잠드는 것 등등 모든 쪽잠을 포함하는 의미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기가 침대에 누워서 잔다는 것은 환상 같은 것, 아기가 잘 때 엄마 아빠가 잘 수 있다는 것은 그보다 더한 환상 같은 것이었다. 조금 자보려고 누울라치면 고새 깨서 울고 있는 아기가 조금 야속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내 침대에서 잘 수 있다고 좋아했는데, 내 침대에서 잘 수 없었다.


새벽 4시, 맘마를 먹고 또 스르륵 잠든 아기를 품에 안고, 소파에 가만히 기대앉아 조리원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자는 건데, 잔잔하게 후회했다.

아기의 하루에는 또 다른 퀘스트들도 많았다. 기저귀도 갈아줘야지, 자주 토하니까 그때마다 옷도 갈아입혀 줘야지, 무엇보다 우리를 덜덜 떨게 했던 건 첫 목욕이었는데, 아기가 너무 크게 우는 탓에 겁이 나서 첫 목욕은 욕조에 넣다 빼는 것으로 황급히 마무리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달라진 하루의 모습,
주말이면 느지막이 일어나서 여유롭게 아침 챙겨 먹고,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거나, 즉흥적으로 훌쩍 놀러 가던 우리는 쪽맘마와 쪽잠을 챙기느라 기운이 쪽쪽 빨리고 있는 엄마 아빠가 되었다.


금요일에 집에 와서 식은땀과 진땀을 흘리며 첫 주말을 보낸 우리는 얼른 월요일이 되어 우리를 구해주실 산후 도우미 선생님께서 백마를 타고 와주시기를 간절히 기다릴 뿐이었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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