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세 번째 할머니

멋지게 잘 커, 어디서든 응원할게

by 이꺽정


생전 처음 겪어보는 혹독한 육아 주말을 보내고, 남편과 나는 나무에서 떨어질락 말락 달랑달랑한 마지막 잎새처럼 파들파들 떨며 산후도우미 선생님의 첫 출근을 기다렸다. 낯도 많이 가리고, 어려워하는 편이라서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할지 고민을 했을 때, 나의 등짝은 내려치며 얼른 최대한 오래 신청하라고 신신당부를 하던 친구가 있는 방향으로 절을 하고 싶었다. 지나가던 고양이가 집에 들어와서 꾹꾹이로 아기를 재워준다고 해도, 잠깐은 도움을 받고 싶을 만큼 아기를 먹이는 것도, 재우는 것도, 씻기는 것도 아직은 모든 게 어렵고 버겁게 느껴지기만 했다.

출근 첫날, 오시자마자 뚝딱뚝딱 아침을 차려주시고는 아기를 돌봐주시던 산후도우미 선생님 덕분에 나는 안심하고 주말 내 못 잔 잠을 잘 수 있었다. 잠을 자고 일어나니 점심 식사가 뚝딱 차려져 있었다. 아기가 보채고 울었던 건 어설픈 엄마아빠의 손길 때문이었던 건지, 산후도우미 선생님이 계시는 동안은 꿀떡꿀떡 맘마도 잘 먹고, 쿨쿨 잠도 잘 잤다.

선생님은 다정하신 분이었다. 내가 차가운 물을 마시려고 하면 빙그레 웃으시며 미지근한 물을 슬쩍 따라주시고, 무거운 걸 들려고 하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셔서 나를 만류하셨다. 걱정되는 것 투성이에, 겁나는 것 한 보따리인 나에게 걱정하지 말고, 겁내지 말고, 비교하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고 가만가만 우리 아기를 바라보면 된다고 일러주시던 이야기에 쿵쾅쿵쾅 불안하게 내달리던 마음도 어딘가 안심이 되었다.

아기들이 한 명 한 명 너무 예쁘고 소중해서, 몸이 조금은 고단해도 일이 보람차고 즐겁다고 말씀해 주시던 선생님은 우리 아기도, 그리고 나도 참 살뜰하게 챙겨주셨다. 흉흉한 사건사고들도 많아서 잠깐은 걱정도 했었던 게 괜스레 죄송해질 만큼 선생님의 도움으로 나는 든든한 3주를 보낼 수 있었다. 그 기간을 보내며, 나는 제법 능숙하게 아기를 안을 수 있게 되었고, 밥 먹이는 것도, 기저귀 가는 것도, 씻기고 재우고, 어르고 달래는 것도 조금씩 익숙해지며 왕초보엄마에서 초보엄마 정도로 레벨업 할 수 있었다.




그렇게 3주가 홀연히 지나버렸다. 산후도우미 선생님과의 마지막날, 아기에게 맘마를 먹이시면서, 낮잠 자는 아기를 토닥토닥 토닥여주시면서, 개운하게 씻은 아기의 얼굴에 로션을 듬뿍 발라주시면서 선생님은 연신 나름의 작별인사를 하셨다.

ㅡ 멋지게 잘 커. 이 할머니가 어디서든 응원할게.

만나는 아기들이 모두 자신의 손주 같다고 웃으시던 선생님, 우리 아기는 산후도우미 선생님의 몇 번째 손주이려나? 선생님이 퇴근하시기 전, 아기랑 사진 한 장을 찍어드리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아기를 안고 따뜻하게 웃어주셨다.

언젠가 아기가 앨범에 있는 사진을 보고 물어본다면,
엄마 아빠가 이제 막 엄마 아빠가 된 탓에 모든 게 서투르고 힘들었을 때,
갓난아기이던 너를 다정히 보살펴 주시던 세 번째 할머니가 계셨노라고 꼭 알려주고 싶다.

화, 목, 토 연재
이전 07화이것이 신생아 라이프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