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초보엄마!

눈물 대신 땀을 흘리자

by 이꺽정


원래도 눈물이 많은 사람이었던 나는 아기를 낳고 눈물이 더 많아졌다. 하루가 다르게 꼼질꼼질 야무지게 자라는 아기가 너무 기특하고 예뻐서 울 때도 많지만, 초보 엄마의 눈물에는 더 많은 이유가 있다.


유달리 그런 날이 있다. 아무리 활기차게 하루를 보내려고 해도, 열두 번도 더 눈물이 차오르는 날,

꼭 밥 좀 먹어보려고 하면 낮잠에서 깨어나는 아기에 대한 야속함의 눈물, 분명히 밥도 먹이고 트림도 시키고, 기저귀도 갈아줬는데 목청 높여 우는 아기를 보며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막막함의 눈물, 잠깐 누워서 쉬고 싶은데 안아달라고 우는 아기를 들쳐 안고 집 안을 정처 없이 돌아다니며 아기 몰래 훔쳐보는 고달픔의 눈물, 우리 아기를 보는 것을 엄마가 돼서는 이렇게 힘들어하다니 왠지 엄마 자격 미달인 것 같아서 차오르는 죄책감의 눈물,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꾹 참아 보지만, 저녁 무렵이 되면 찰방찰방 머리끝까지 차올라서 누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투둑투둑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다. 우는 아기를 앞에 두고 함께 엉엉 울어버린 적도 더러 있었다. 엄마가 되려면 아직 한참은 멀었구나, 맘속으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이다. 엄마가 되면 어떤 고난도 의연하게 다 대처할 수 있게 되는 줄 알았는데, 그런 마법 같은 일은 여전히 어설프고 모자란 엄마인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기의 사랑스러움과 육아의 힘듦은 등을 맞대고 있었다. 아기가 너무 예쁘고 소중해서 행복했다가도, 너무 힘들어서 울고, 너무 힘들어서 울다가도 나를 향해 방긋 웃는 미소 한 번에 다시 웃게 되는 일상.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세수하고 옷 갈아입고, 숨도 못 돌리고 아기를 받아 든 남편에게 오늘의 힘듦에 대해서 미주알고주알 늘어놓기도 조금은 멋쩍어서 풀 죽은 표정으로 어깨를 잔뜩 내리고, 하루동안 줄 서 있는 집안일을 시작한다. 엄마로, 아빠로, 나름대로의 고충을 품고,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조금은 버거운 일상을 감당하고 있으니 힘듦을 혼자 소화시키는 법도 어느 정도는 배워야만 한다는 다짐이다.

ㅡ 나가서 한 바퀴 뛰고 와.

아기를 재우고 나온 남편이 내 등을 토닥이며 이야기했다. 남편은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 열일을 제쳐두고 뛰러 나간다. 아기가 있기 전에는 함께 뛰러 나갔다가 개운하게 함께 들어오는 게 뿌듯한 하루의 마무리였는데, 아기가 생긴 후로는 퐁당퐁당, 서로 양보해 가며 운동을 가고는 한다. 오늘은 집안일 마치고 그냥 늘어져 있으려고 했는데, 남편의 걱정이 느껴져서 주섬주섬 운동복을 챙겨 입는다. 모자까지 푹 눌러쓰고 나가서 풀벌레 소리가 찌르르 들리는 강가 옆을 타닥타닥 박차고 달린다.




하루 종일 아기한테 쩔쩔매며 식은땀을 흘렸는데, 운동하며 뻘뻘 땀을 흘리고, 뜻대로 되지 않는 아기와 하루에 작게 한숨을 푹푹 쉬었는데, 차오르는 숨에 들숨날숨이 바쁘다.

한바탕 달리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땀으로 범벅이고 얼굴은 빨개졌지만 기분은 물기를 쪽 짜고 보송하게 말린 수건이 된 것 같다.

하루동안 차올랐던 눈물이 땀으로 깨끗하게 비워져 버렸음을 깨달았을 때, 이제 물기를 짜냈으니 내일은 좀 덜 울고 보낼 수 있겠구나,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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