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감당해야 할 사랑의 무게
임신 기간은 말 그대로 무엇을 줘도 바꾸지 않을 소중한 보따리를 들고, 징검다리를 건너는 기분이었다. 징검다리 하나 건너고 한숨 돌릴라 치면, 바로 다음 발을 내디뎌야 하고, 그 위에서 후들거리는 다리로 휘청였다가, 다음으로 가슴이 철렁하고는 했다. 설상가상으로 그 보따리는 점점 무거워져만 갔다.
먹는 것도 조심스럽고, 힘들고 슬픈 일이 있어서 마음이 저 깊이 가라앉아 버린 날에는 뱃속의 아기가 나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을까 봐 미안해서 더 눈물이 났다. 괜히 움직임이 잠잠한 날에는 잘 있나 덜컥 걱정이 되어서 한참 동안이나 배를 툭툭 두드려보기도 하고, 평소와 다른 작은 징후만 나타나도 꽁지에 불붙은 사람처럼 병원으로 향했다. 단순히 “나”만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만큼 걱정도 늘고, 내가 유난하다 싶은 날도 많았다. 뱃속에서 안전히 있는 아기와 함께하는 열 달도 이렇게나 조마조마한데, 앞으로 기고, 앉고, 걷고, 뛰고, 거기다가 여기저기 다치고 아플 수 있는 아기를 키워내야 하는 몇십 년은 얼마나 더 조마조마할까, 미리부터 내가 걱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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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낳고 나서 처음으로 모유수유를 하러 신생아실에 내려갔을 때, 신생아실 간호사 선생님이 우리 아기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다. 아기를 직접 보는 건 처음이고, 안아보는 건 더더욱 처음이니 간호사 선생님이 그때의 나보다 훨씬 더 우리 아기에 대해 잘 알고 계셨다. 황달이 어떻고, 몸에 어디가 저떻고 아기를 처음으로 만나러 온 초보엄마들이 한 번씩 거치는 통과 의례인 양 내 뒤에 들어온 산모들도 차례대로 설명을 들었고,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어색하게 모유수유를 했다, 물론 첫 모유수유는 했다기보다는 흉내를 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설명을 들을 때는 정신이 없어서 그냥 열심히 듣기만 했는데, 짧은 수유를 끝내고 병실에 돌아오니 슬며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우리 아기랑 비슷한 아이들이 더러 있는 건가? 심각한 문제는 아닌 걸까? 원래도 작은 일에도 크게 걱정하기 대장인 나는 맘 속에서 바쁘게 울리는 경보음에 한껏 곤두섰다.
ㅡ 어쩌면 좋아, 난 이제 망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열 달을 품고 있던 소중한 생명을 두 눈으로 마주했다는 기쁨으로 가득 차서 걱정은 마음 한편에서 잠잠하게 숨죽이고 있었는데, 이제 엄마가 되었다는 실감이 나면서, 부담감과 걱정이 몸집을 잔뜩 불리고 마음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나는 이 커다란 걱정 덩어리를 안고 앞날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눈앞이 캄캄, 앞길이 막막했다. 점점 커져만 가는 내 걱정과는 반대로 처음으로 안아본 아기는 내 상상보다 훨씬 더 작고, 가냘파서 더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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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가던 날, 낯선 환경에 놀라 목이 터져라 우는 작은 아기를 보면서 차라리 내가 대신 아프고 싶었다. 백 배 아픈 주사라도, 아기를 바라보는 것보다는 내가 직접 맞는 게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그다음으로 병원에 갔을 때는 예방접종을 맞고, 그날 밤 열이 나는 아기를 토닥토닥 재우면서 나중에 진짜로 열나고 아프면 얼마나 애가 닳을까, 그때 나의 심정을 슬쩍 예상해보기도 했다.
꿀꺽꿀꺽 잘도 마시던 분유를 얼마 먹지 않고 남겼을 때, 며칠 동안 응가를 하지 않을 때, 손톱을 깎아주다가 처음으로 피를 봤을 때, 잠을 안 자고 계속 칭얼거릴 때, 집이 떠나가라 울 때, 그때마다 나는 때로는 가볍게, 또 때로는 진지하게, 그리고 또 때로는 매우 심각하게 걱정하기 바빴다. 거기에 내가 좀 더 아기를 잘 살펴볼걸, 내가 한눈팔지 말걸, 그때 그러지 말걸과 같은 자책이 따라붙는 날에는 아기에게 너무 미안해서 쿨쿨 자고 있는 말간 얼굴을 들여다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여러 날이었다.
아기와 함께 하는 일상은 사랑이 51%
걱정이 49%쯤 되는 것 같다.
원래의 나 같으면 걱정이 차오르는 날에는 그 무게에 짓눌려서 아무것도 못하곤 했었는데, 나는 이제 엄마니까 마냥 그 무게에 짓눌려 있을 수 없다. 걱정과 사랑으로 꽉 찬 나의 일 톤짜리 보물단지를 모시고 살려면 어떤 걱정이라도 능히 이겨내야 한다. 걱정을 무찌르기로 마음먹은 나는 꽤 비장하다. 내가 감당해야 할 무게는 걱정의 무게가 아닌, 사랑의 무게라고 되뇐다.
ㅡ 아무 걱정 하지 마. 엄마가 옆에 있어.
아기는 걱정했을 리 없지만, 그래도 한 번 더 안심하라고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걱정 덩어리이자, 소중한 내 보물단지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진지하게 말한다. 아기에게 하는 이야기였지만, 사실은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눈앞이 캄캄하고, 앞길이 막막하지만 그 캄캄하고 막막한 길을 씩씩하게 걸어가야겠다. 물론, 지금도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