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함께 조금 더 자란다
작은 아기를 키우면서, 나를 돌보는 일에는 어쩔 수 없이 조금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아기를 먹이는 일에 지쳐서 엄마도 잘 먹어야 기운이 나서 육아도 더 힘내서 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배고픈 생쥐처럼 빵을 뜯어먹거나, 그냥 후루룩 국에 말아서 먹거나, 때로는 정신 차리려고 빈 속에 커피만 때려 넣기도 한다.
아기가 잠들고 난 후, 쌓여있는 설거지와 빨래를 할 때는 팔도, 다리도 천근만근이 되어서, 겨우겨우 밀린 일을 마치고 나면 축 늘어진 파김치처럼 혹은 바싹 마른 누룽지처럼 소파에 들러붙어서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날도 여러 날이다. 아침에 맨날 일찍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고, 회사일을 마치고 나서 운동하러 부지런히 뛰어가던 날들은 마치 전생처럼 느껴진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니 모든 것에 대충대충,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또 우울해진다. 모든 것을 잘하진 못해도, 늘 꽤나 열심인 사람이었는데, 내 안의 열심이 사라졌을까 덜컥 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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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는 반대로 아기는 모든 것에 열심이다. 맘마를 먹을 때 어찌나 열정적으로 빠는지 다 먹고 나면 뒷머리가 땀으로 축축해지고, 때로는 인중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배가 덜 찼을 때는 어찌나 목청 높여 우는지, 느리적느리적 움직이던 몸이 아기 울음소리만 들으면 번개 맞은 것처럼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다. 아기는 놀 때도 열심이다. 아직은 제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팔을, 다리를 열심히 움직인다. 팔을 쭉 뻗어서 손을 가만히 바라보기도 하고, 이따금씩 손을 조심스레 쥐었다 펴는 모습을 보면 너무 신기하다. 처음에는 머리가 무거워서 엎드려 있다가도 고개를 푹 바닥으로 처박고 울기 바빴는데,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몸을 쓰는 방법도 하나씩 배우고 있다.
아기가 열심히 슈퍼맨 자세를 하길래 옆에서 조금 따라 했다가 내가 먼저 포기했다. 뒤집기를 하려고 용을 쓰던 며칠은 옆에서 보고 있기 애가탈 정도로 낑낑거려서 도와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 옆에서 덩달아 일어났다, 앉았다 내가 더 난리였다. 마침내 처음으로 뒤집던 순간에는 월드컵 역전골을 본 사람처럼 물개박수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 아기가 땀을 뻘뻘 흘리며 뭐든 해내려고 노력하는 걸 보면, 맘처럼 안되어서 서럽게 울다가도 뒤돌아서면 다시 자기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연습하다 끝끝내 해내는 걸 보면 육아의 고단함을 정통으로 맞아서 쓰러져버린 내 열심이 다시 꾸역꾸역 고개를 드는 게 느껴진다.
생후 몇 개월밖에 안된 아기도 저렇게나 열심인데,
생후 몇백 개월은 된 엄마가 대충대충 할 수는 없지.
나의 멋진 아기를 보며,
나도 조금 더 멋진 엄마,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진다.
나중에 아기가 크다 지쳐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엄마의 열심을 떳떳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몸도, 마음도 다 잡아본다. 밥도 어떻게든 야무지게 챙겨 먹고, 잠도 아기가 잘 때 더 악착같이 잔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체력으로 더 신나게 아기와 놀아주고, 나를 위해 책도 읽고, 글도 쓴다.
너에게 배우는 열심,
엄마와 아기는 오늘도 함께 조금 더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