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의 비밀작전

목표는 육퇴 후 치킨

by 이꺽정


어른 둘밖에 없던 우리 집에 아기 한 명이 오게 되면서 많은 게 바뀌게 되었다. 예전에는 슬렁슬렁 여유롭게 산책하고 커피까지 마시고 돌아올 수 있었는데, 주말이 되면 어느 누구의 방해도 없이 늘어지게 잘 수 있었는데, 너무 큰 행복이 폭탄처럼 팡 떨어진 우리 집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게 있다면 아무래도 남편과의 팀워크? 예전에는 둘이서 말장난을 하거나, 저녁메뉴를 고를 때 죽이 착착 맞는 게 고작이었는데, 요즘에는 일상의 면면에서 남편과 손발을 맞추고, 전우애까지 쌓여가고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뭐든 둘이 함께했는데, 이제는 한 명이 아기를 보고 있을 동안 다른 한 명은 바쁘게 무언갈 해야만 한다. 마치 아기가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공이 된 것처럼, 남편과 나는 서로에게 패스하며 바쁘게 골문을 향해 달려간다. 우리의 목표는 언제나 하나, “빠른 육퇴”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육아에 임하는 우리의 모습은 언제나 꽤 비장하다. 아기는 모르는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것처럼 말이다.

ㅡ 오늘은 뽀글뽀글인가?

목욕을 앞두고 남편이 묻는다. 아기는 매일매일 목욕을 하는데 하루는 입욕제를 넣은 따끈한 탕에서 하는 물목욕, 하루는 거품 내서 꼼꼼하게 씻는 거품목욕이다. 그리고 우리는 후자를 ‘뽀글뽀글’이라고 부른다. 아기가 거품목욕은 조금 싫을 수도 있으니까 아직 알아듣지도 못할 텐데 굳이 바꿔 말한다.

남편이 목욕물을 받으면 내가 바쁘게 아기를 벗기고 욕실 앞에서 대기시킨다. 이제는 제법 능수능란하게 목욕을 시킬 수 있게 되었는데, 목욕은 아직까지 합동작전으로 진행한다. 목욕이 끝나면 내가 바쁘게 아기 스킨케어를 하고 뽀송한 새 옷으로 갈아입히는 동안 남편이 욕조를 닦아놓고, 따끈한 맘마 한 사발을 준비해서 돌아온다. 아기에게 맘마를 먹이는 동안 나는 빠르게 밀린 설거지를 처리한다.

ㅡ 처갓집?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육퇴 후 먹을 치킨을 시킨다. 혹시 엄마아빠만 치킨을 먹는다는 걸 아기가 알게 되면 괘씸해서 늦게 잘 까봐 절대 치킨이라는 단어는 입에 올리지 않는다. 너무 설레 보이면 안 되니까 표정 관리를 하면서 여느 때와 같이 등을 토닥이며 트림도 시키고, 쿵쾅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조심조심 아기를 침대에 눕힌다. 아기의 잠이 먼저 올까, 치킨이 먼저 올까, 아기가 졸음이라고는 한 톨도 보이지 않는 또롱한 눈으로 쳐다볼 때면 점점 바삭함과 온기를 잃어가고 있을 치킨이 걱정되어 더욱 간절함을 담아 아기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린다.




드디어 아기의 눈이 감기고, 오늘의 비밀 작전도 성공! 막을 내린다. 물론, 성공인 줄 알았는데 다시 문틈으로 울음소리가 새어 나올 때도 많다. 아무튼 쾌재를 부르며 방에서 나오면 치킨 냄새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오늘 열심히 먹고, 내일 또 열심히 육아하자며 하나뿐인 소중한 육아 동지의 어깨를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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