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위로

목감기 처방전

by 마일로

나는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뀔 때면 어김없이 건조함 때문에 목감기에 걸렸다. 덕분에 학창 시절부터 20대까지는 집 근처 이비인후과를 연중행사처럼 찾았다.

중학교 근처 아파트 상가 건물 2층에 있던 병원이었다. 혼자 병원쯤은 갈 수 있는 중학생이었지만 혼자라 어색했는데 병원 출입구에 그림이 걸려있어서 그나마 조금 편해졌을까. 진료를 기다리며 병원을 둘러보다 그림 한 구석에 의사 선생님 싸인이 있는 걸 보고 취미로 그림을 그리시나 보다 생각했던 것이 오래 인상에 남았다.



그 그림과 함께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20대 중반에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을 갖게 된 뒤로 몇 년간 4월이면 목이 잠겨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날이 많았다. 평소 말수가 적으셨던 의사 선생님은 진료 중에 부어오른 목을 살펴보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 씨, 많이 피곤했군요. 목이 많이 부었어요."

그 한마디가 약과 함께 처방받은 위로처럼 느껴졌다. 사실에 근거한, 그래서 더 담백하게 와닿는 위로였다.

결혼 후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면서 환절기에 그 병원을 찾는 일도 자연스럽게 없어졌다. 몇 년 전, 본가 근처를 운전하다 우연히 그 자리를 지나쳤는데 병원 간판은 사라지고 댄스학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는 목감기에 걸리면 지금 사는 동네 병원을 간다.

처방받은 약을 들고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린다.

'○○○ 씨, 열심히 살았군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노력하지 않아도 따뜻해지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