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작은 노력으로 따뜻해지는 시간
나는 사람들이 모두 매일을 산다고 생각한다. 오늘을 성실하게 채워서 매일을 산다.
매일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웃는 얼굴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아마도 나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오늘을 살게 되었다.
그냥 그런 것 같다.
아이를 키우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내가 어른이 된 것 같다고 느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남편의 오래된 친구들이 우연한 계기로 만든
달리기 모임에 아이와 함께 다녀왔다.
달리기 모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사람들의 모임이고
서로의 가족들과 친구가 되어 오래된 분들이다.
나는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왔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그 긴장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풀려 있었다.
가끔 만나는 사이였지만 15년이나 지나다 보니 익숙하고 친근하다.
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내가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는 걸
스스로 느꼈다.
오래된 친구들은 이분들 사이에는 편안함과 배려,
그리고 오래된 사이에서만 가능한
조금은 거친 유머가 있었다.
그것들이 공간을 따뜻하게 채우고 있었다.
낮에도 비슷한 감각을 느꼈다.
12월 한 달 동안 동네 카페에서
작가 친구와 함께 드로잉 클래스를 열었다.
자리를 열었지만, 나 역시 수강생으로 그 시간에 앉아 있었다.
선생님은 준비해 온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고
카페에 모인 우리는
오전 시간 조용한 음악 소리만 흐르는 까페를 웃음소리로 가득 채운다.
순차적으로 도착한 사람들이 주문하고
메뉴가 완성되면 사장님이 말한다.
“따뜻한 카페라테 나왔습니다.”
“쇼콜라 우유 나왔습니다.”
“고구마 우유 나왔습니다.”
그 소리는
테이블 끝에 앉아 있는 나에게만 들릴 정도다.
수업이 끝나면 곧장 카페를 나서는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생각한다.
물론 드로잉 클래스였지만,
함께한 사람들 덕분에
군더더기 없이 좋은 시간이었다고.
이런 조합은
내가 오래도록 추구해 온 인간관계의 모양이다.
공통점을 나누는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자리에 집중하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시간.
나는 종종 시행착오를 겪었고
최근에서야 다시 이런 순간을 맞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것은 애써 만들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억지로 가까워지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를 조심스럽게 배려하는 사람들이
같은 시간 안에 놓였을 때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온기 같은 것이다.
아마도 어른이 된다는 건
사람을 더 많이 만나게 되는 일이 아니라,
이런 순간을 알아보고
마음 편안하게 머물 수 있게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