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에 따른 한반도 군비통제의 나아갈 방향

by 밀덕여사

지난 4월 발표된 ‘판문점 선언’은 정전협정 체결 이후 70여년간 유지되어 온 한반도의 안보질서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3개 항목 중 3항은 한반도 군비통제와 관련됐다. 현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로 규정하며 ‘군사적 긴장해소와 신뢰구축을 통한 단계적 군축 실현’ 등 4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긴장해소와 신뢰구축을 통한 단계적 군축은 전통적인 재래식 군비통제 이론과 과거 유럽의 재래식 군비통제 경험을 바탕으로 ‘선(先)운용적 군비통제, 후(後)구조적 군비통제’의 수순을 따를 것으로 예측된다. 군사훈련에 대한 통보·참관, 양 군(軍)의 직통전화 설치 등을 통해 운용적 군비통제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양측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해 무력충돌 가능성을 줄이는 방안으로 제안될 것이다. 구조적 군비통제는 양측의 실제 군사력을 감축하고 보유를 제한하는 등 군사력에 실질적인 규제를 가하는 조치로 이뤄진다.

지금까지 남북고위급회담 과정에서 드러난 군비통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무기에 대한 제한보다 병력 감축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언제라도 감축된 병력을 즉시 동원할 수 있는 체제의 특성을 반영한다. 또 ‘신뢰 조성’을 언급하면서 목적은 군축에 있었다. 군축 완료 후 최종 병력 수를 10만 명으로 설정한다거나, 군축 개시 후 3~4년 내에 달성하자고 하는 등 급속한 군축을 주장한다. 무기를 우선 감축대상으로 설정하지 않아, 군축의 마지막 단계까지 무기체계의 수적 우위를 유지하려 한다.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연합방위태세 약화를 노린 외국군 병력과 장비의 철수를 요구한다.

이와 같은 남북한 군비통제 협상이 있을 때마다 우리가 저지른 정책적 오류가 있다. 관계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이유로 군사적 신뢰구축의 기능에 과도한 기대를 걸었다는 것이다. ‘핵(核) 대 핵’의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재래식 군축을 했던 유럽과 달리 한반도는 북한만 핵은 물론 화학 및 세균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다량 보유한 상태이기 때문에 유럽의 재래식 군비통제 경험을 한반도에 적용할 수 없다. 신뢰구축은 안보문제의 핵심이 아닌 주변적 사안이다. 적대 당사자들이 긴장완화에 대한 공동이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적으로 입증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지금까지 김정은의 발언이나 북한 당국의 공식 문건에 “보유한 핵무기와 관련 능력을 완전히 폐기하겠다”고 언급한 사례는 없다. 지난 3월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은 “비핵화 문제는 한미가 북한의 선의에 응해서 평화와 안정의 분위기를 만들고 평화실현을 위해 점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취하면 해결될 수 있다”며 한·미에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했다. 정부는 북한이 체제안전 보장과 적대정책 해소를 구실로 한미동맹 와해를 노린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를 관철하려 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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