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데자뷔

by 밀덕여사

‘종전선언’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일각에서는 종전선언이 북핵 폐기를 실현할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북한 매체들은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일 뿐’이라고 했다. 김정은도 지난 9월 우리 측 특사단에게 “한미동맹이 약화한다거나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것은 종전선언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 아니냐”고 하기도 했다.

북한은 기만과 선전선동에 능하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정치적으로 활용해 한국 안보에 악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다. 이 선언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미리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고 관련국 간의 신뢰를 쌓기 위한 첫 단계로 생각한다”고 했다. 군사적으로 대치한 당사자들이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라면 종전선언은 신뢰구축에 필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그동안 보여준 대남, 대미 협상전략을 살펴보면, 결과는 ‘배은망덕’으로 정의할 수 있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비핵화를 악용하고 우리를 속이면서 핵을 보유하는 데 성공했다. 실패한 비핵화 역사가 종전선언에서 되풀이될 확률이 높다. 1991년 우리 정부는 미국과 협력해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설득했다. 우리가 먼저 자체 핵무장을 포기한다고 선언했고, 미국도 당시 한국에 배치되어 있던 전술핵무기를 모두 철수했다. 박정희 정부 이후 지속되었던 한국의 핵개발 의혹은 말끔히 해소됐다.

심지어 남북은 1991년 12월 31일 각자의 핵무장을 포기한다는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금지하는 비핵 8원칙과 핵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재처리시설과 농축시설의 보유 금지에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비핵화 공동선언 체결 직후부터 공동선언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이행합의서가 필요하다면서 김일성 시대에 확립된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 주장을 되풀이했다. 결국 우리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성취했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의 배은망덕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정부를 볼 때 북한에 역이용 당해 안보참사를 겪었던 비핵화 공동선언의 데자뷔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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