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안보 교환 모델’로 살펴본 한미동맹의 전략

by 밀덕여사

한국은 6.25전쟁 이후 자주국방의 노력과 한미동맹이라는 두 가지 축을 통해 국가안보를 증진해오고 있다. 최근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추진에서 보듯 한국은 국력신장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동맹에서 한국의 독자성이나 자율성을 확대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제동이 걸렸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한 한국으로서는 미국이 제공하는 대규모 응징·보복력에 의해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능력이 강화될수록 대미동맹의 중요성도 커지는 동시에 자율성의 확대는 어려워지는 것이다.

비대칭 동맹에서 약소국은 동맹의 지원을 구매하는 대가로 일정한 자율성을 포기하고, 군비투자를 절약해 국부를 증대시킨다. 한미동맹과 같은 약소국과 강대국 간 비대칭 동맹의 견고성 여부는 약소국의 자율성 양보 정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자율성-안보 교환 모델’이다. 약소국 입장에서 강대국과의 동맹을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분명하게 제시해준다는 장점이 있어 자주와 동맹의 수위를 조절할 때 사용된다.

한미동맹에 관한 자율성 강화는 북한의 핵위협이 제거된 이후에 추구해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은 미국의 안보지원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그런데 미국은 1950년의 애치슨 선언, 1977년 출범한 지미 카터 행정부의 일방적 주한미군 철수, 1989년 주한 미군 감축을 위한 ‘넌-워너 법안’ 등의 사례에서 보듯 일방적으로 안보지원을 약화시키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한국의 자율성 양보 정도에 불만을 가진 상태에서 불가피한 국내외적인 사정이 발생할 경우 한미동맹은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국력도 강하고 안전한 나라지만 미국에 자율성을 적극적으로 양보함으로써 미일동맹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은 자율성을 양보하는 대가로 미국의 안보지원을 받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운영상에서 차이는 없다. 두 동맹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비대칭 동맹으로서 동북아시아에 인접하여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유사하게 발전해 왔다.

다만 최근에 자율성을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의 인식과 접근방식에서 다소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 국력신장에 힘입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요구하는 등 자율성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국력이 크지만 한국처럼 노골적으로 자율성 확대를 요구하지 않는다.

강대국의 안보지원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약소국이 전쟁과 같은 극단적 위기에 빠졌을 때 얼마나 신속하고 강력하게 지원받을 수 있는가이다. ‘자율성-안보 교환 모델’에 의하면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적극적 안보지원을 받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자율성을 대폭적으로 양보해야 한다. 북한은 핵미사일로 한국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고 있다. 한국은 유효한 자체의 억제 및 방어수단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한국은 다른 어느 때보다 한미동맹을 강화해야할 필요성이 크고, 결국 자율성을 양보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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