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다

그곳의 온도는

by 밀덕여사

9월이다. 가을이 왔다. 이 계절이 올 때마다 최승자 시인이 생각난다.

개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내가 살던, 빛나는 20대 초중반을 보냈던 강원도 산골짜기.

그곳에 나 대신 살고 있는 사람들은 곧 월동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개같은 가을이, 그보다 더 개같은 겨울이 머지않아 쳐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있는 북한에는 그보다 더 개같은 겨울이 찾아온다.

한국에서 가장 추운 곳이, 가장 따뜻한 곳인 그곳에는 전기도, 식량도 없다.

그 흔한 손난로를 구경하기도 힘든 북한군은 국군보다 많은 인원을 매복작전에 투입시킨다.


한겨울 상황실에서 밤샘 근무를 하면서 시간마다 바깥 기온 체크를 했다.

온도가 뚝뚝 떨어질 때마다 강추위에 경계 근무를 서야 하는 장병들이 생각났다.

혹한기 훈련을 할 때 전투화 끝을 땅에 툭툭 쳐도 아무런 감각이 없을 정도로 발이 꽁꽁 얼어붙는다.

손은 시려운 정도를 넘어 아파서 고통스럽다.

경계 근무를 서는 장병들은 순번이 돌아올 때마다 혹한기 훈련을 하는 셈이다.

그 순번은 잔인할 정도로 자꾸만 돌아온다.

전방의 겨울은 춥고, 외롭고, 잔인하다.

북한군에게는 더 춥고, 더 외롭고, 더 잔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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