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단독] 불필요한 야근시켰다며 대령 보직해임

조선일보 2019.02.13

by 밀덕여사

지상작전사령부 "해당 간부 '시간 복지' 확립 지시어겨 인사조치"

김운용 대장 여가시간 강조… "혁신적" "일부만 혜택" 의견 분분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가 최근 A과장(대령)을 보직 해임하기로 하고 이 사실을 예하 부대에 전파했다. 부하들에게 불필요한 야근을 시켰다는 것이 보직 해임 이유로 알려졌다. 지작사는 동부전선과 중·서부전선 등 전방을 담당해온 1·3 야전군 사령부를 통합한 부대로 지난달 출범했다.

A대령의 보직 해임은 지작사령관인 김운용(58) 대장이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령관은 육사 40기로 육군 3사단장, 2군단장, 3야전군 사령관을 거쳐 초대 지작사령관에 임명됐다.

전방 부대 장교·부사관은 주 7일 근무, 야근, 새벽·주말 출근이 잦다. 김 사령관은 취임 직후부터 "불필요한 근무를 없애고 간부들의 여가를 보장하라"고 했다. 이를 '시간 복지'라고 불렀다.

김 사령관은 지난달 간부 회의에서 "마지막 경고"라며 재차 시간 복지를 강조했다고 한다. 김 사령관은 "불필요한 야근과 새벽 출근, 주말 대기(待機)를 왜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예전 방식이 맞는다고 생각하고, 부하 직원을 힘들게 할 간부는 함께 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정 하고 싶으면 부하를 시키지 말고 간부 본인이 하라"고도 했다.

군에는 공식 위기 대응 체계가 있지만 일선 부대에서는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이와는 별개로 대기조를 짜서 근무한다. 김 사령관은 이런 관행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또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해야겠지만, 하지 않아도 될 일로 힘 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사령관의 말은 지작사 일선 부대에 전파됐다.

A대령은 이 회의가 열린 지 한 달여 뒤 보직 해임됐다. 지작사 관계자는 "A대령이 부하 직원에게 폭언도 했고, '시간 복지' 확립 지시를 어겨 시범 사례로 인사 조치된 것"이라며 "간부들이 이런 분위기를 낯설어하고 있지만 사령관이 워낙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어 일선 부대에서도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개선이 이야기되고 있다"고 했다.

군 간부 사이에서는 반응은 엇갈린다. "자리만 지키는, 필요없는 근무를 줄이자는 취지는 혁신적"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절대적인 일의 양 자체가 많은데 일부만 혜택을 보고, 전투력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 정부 들어 병사에 대해 휴대전화 사용과 외출을 허용한 데 이어 간부에 대해서도 통제보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조치라는 평가도 있다.

한 육군 소령은 "당직이 아니어도 주말에도 출근하고, 부대에 오랜 시간 있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해온 관행이 전투력에 도움이 되는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했다. 반면 한 육군 대위는 "업무가 너무 많아 매일 밤늦게까지 야근을 해야 하는데, 사령관 지시가 예하 모든 부대에 실현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정기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초급 장교들의 경우 부대 일에 매달리느라 개인 여가도 포기하고 결혼 준비까지 지장을 겪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바꿔야 할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근무와 여가를 조정하더라도 전투력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또 군 간부에게 요구되는 규율과 헌신이라는 미덕을 지키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2화병사, 대위에 "대화 좀 하자고"-무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