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3.11
[오늘의 세상]
軍, 내달 휴대폰 전면 허용 앞두고 시범운용때 부작용 해결 골머리
육군의 한 부대 안 체력단련실은 요즘 텅 비었다. 1년 전만 해도 일과가 끝난 저녁 시간엔 운동하는 병사들로 북적댔던 곳이다. 저녁 시간에 병사들끼리 축구나 농구를 하던 모습도 찾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쓸 수 있는 시범 부대가 된 뒤 생긴 변화다. 부대 관계자는 "병사들이 일과 시간이 끝나면 생활관에서 각자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작년 4월 국방부는 일부 부대에서 일과 후 병사들이 휴대폰을 쓸 수 있게 허용했다. 평일 오후 6시~오후 9시와 주말에 쓸 수 있다. 다음 달부터는 육·해·공군·해병대 모든 부대로 확대한다. 휴대폰 사용 이후 병사들은 인터넷 강의도 듣고, 지인들과 자주 연락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부대 간부는 '휴대폰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앞서 시범 운영을 했던 육군 한 부대의 경우 병사 7명이 휴대전화로 불법 도박을 하다 적발됐다. 일과 후로 정해진 휴대폰 사용 시간을 어긴 경우도 있었다. 일부 병사는 일과 후 휴대전화만 보다가 빨래를 제때 하지 않고 방치하기도 했다고 한다.
당장 휴대폰 보관도 문제다. 중대 사무실에 보관할 경우 부대원들에게 휴대폰을 나눠주고 걷는 데만 30분 이상이 걸린다. 한 육군 간부는 "당직 근무를 설 때마다 휴대전화 100여 개씩 나눠주느라 다른 업무에 지장이 생긴다"고 했다. 병사들 개인 관물함에 휴대폰을 두면 사용 금지 시간에 몰래 쓰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시범 운영 기간 일부 병사가 부대 안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군은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카메라 기능을 못 쓰게 하는 보안 앱(응용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정해진 시간에만 휴대전화를 쓸 수 있게 하는 기능도 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다음 달 모든 부대에서 휴대폰을 허용하기 전에 보급될지는 미지수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개발 중이지만 정확한 보급 시기는 모르겠다"고 했다.
경제적 문제도 있다. 휴대폰 사용이 허용된 일부 부대에서는 병사들이 요금제를 더 비싼 것으로 바꿨다고 한다. 육군 모 사단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병사의 30%가량이 요금제를 더 비싼 것으로 바꿨다.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내 휴대전화 데이터가 모자라니 네 데이터를 달라"고 하는 문제도 생겼다. 강원도 육군 부대의 한 장교는 "병사 휴대전화 사용 문제 때문에 계속 회의는 하는데 부작용을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