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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 평일 외출 한 달째, 인근 PC방·중국집은 軍세권

조선일보 2019.03.11

by 밀덕여사 Apr 05. 2024

[오늘의 세상]

서울 사당 등 부대 가까운 가게들, 저녁이면 병사들로 북적 '특수'

"단체로 일반인 몇배 음식 시켜"


목요일인 지난 7일 서울 남부 지역의 한 부대 앞. 오후 5시 35분이 되자 군복 차림의 병사들이 위병소를 지나 부대 근처 버스정류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버스를 타고 차로 3분 거리인 지하철 사당역에 내렸다. 곧 고깃집, PC방, 당구장으로 흩어져 들어갔다.

오후 8시쯤 사당역 근처 PC방은 80여 명의 손님 중 20명이 군인이었다. 박모 병장은 "부대원 45명 중 하루 평균 10여 명이 평일 외출을 나온다"며 "오후 9시까지 부대로 돌아가야 하는데 20분 전에 출발하면 된다"고 했다. 서울 지역에서 근무하는 육군 간부는 "병사들은 서로 평일 외출을 나가려고 해 병원 치료, 부모님 면회, 자기 계발, 개인 사유 순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내보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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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6시쯤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중국 음식점에서 병사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오후 6시 30분쯤 강원도 인제군의 한 PC방에서는 병사들이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두 가게 모두 이날 오후 손님의 절반 이상이 군인이었다. 지난달 1일부터 국방부가 군인 복지 차원에서 병사들에게 월 2회 평일 외출을 허용하면서 나타난 모습이다.


사당역 인근 PC방 직원 김형선(38)씨는 "병사 평일 외출이 허용된 2월 이후 매출이 30% 늘었다"며 "많을 때는 손님 중 군인 비율이 60%쯤 된다"고 했다. 김씨는 "군인들은 단체로 오고, 음식 주문도 일반인보다 배 이상 하기 때문에 평일 외출 시간이 다가오면 아르바이트생들도 바짝 긴장한다"고 했다. 외출 나온 군인 덕에 매출이 오른 수도권 일부 상권에서는 '군세권'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국방부는 지난달 1일 '군인 복지' 차원에서 병사에게 월 2회 평일 외출을 허용했다. 국방부 지침에 따르면 외출 목적은 '단결(단합) 활동, 병원 진료, 부모 면회, 자기 계발, 개인 용무' 등이다. 병사들은 일과가 끝나는 오후 5시 30분 부대를 나와 9시 30분까지 귀대(歸隊)한다. 대중교통이 없는 일부 전방 부대는 가까운 상점가까지 차량을 운행하기도 한다.

본지는 평일 외출 시행 한 달을 맞아 지난 7~8일 경기도, 강원도, 서울 지역 부대에서 평일 외출 나온 병사들을 취재했다. 서울 등 수도권 부대 병사들은 만족도가 높았다. 반면 전방 부대에서는 "가까운 읍까지 가는 데 차로 1시간씩 걸려 부대에서 쉬는 게 낫다는 병사가 많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 육군 간부는 "전방에서는 마땅히 할 게 없기 때문에 외출 나가는 병사 열에 아홉은 PC방에서 두어 시간 머물다 귀대한다"며 "세금으로 운영되는 부대 차량을 이용해 병사들을 PC방에 보내는 게 맞느냐는 회의도 든다"고 했다.

지난 7일 오후 5시 40분쯤 강원도 인제군의 한 부대. 군복 차림의 병사를 태운 17인승 군용 버스가 부대 정문을 빠져나왔다. 버스는 부대에서 3㎞ 떨어진 서화리에 멈췄다. 병사 14명이 차에서 내려 달리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PC방이었다. 한 병사는 "다른 부대 사람들도 외출 나와 갈 곳은 PC방뿐이라 늦게 가면 자리가 없다"고 했다. PC방에는 이미 군인 80여 명이 자리 잡고 있었다. 모두 평일 외출을 나온 장병들이었다.

경기도 연천군의 한 부대는 지난 7일 평일 외출 병사가 한 명도 없었다. 병사가 500여 명 있는 이 부대는 오후 6시부터 외출이 시작되지만 30분이 지나도록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훈련 등 다른 일정도 없다고 했다. 이 부대 병사들이 평일 외출을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상권은 차로 30분 떨어진 전곡읍이다. 부대 관계자는 "가까운 버스 정류장은 2㎞ 떨어져 있고, 택시를 부르면 왕복 3만원이 드니 그냥 부대에 남는 병사가 많다"고 했다.

이날 전곡읍의 한 코인 노래방 출입문 앞에는 '장병 여러분 환영합니다'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노래방을 이용하는 병사는 한 명도 없었다. 강원 인제군 서화리에는 PC방 이 외에도 수퍼마켓과 편의점, 치킨·햄버거 가게 등 상점 40여곳이 있다. 하지만 이날 문을 닫은 가게가 연 곳보다 더 많았다.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양모(60)씨는 "가게에 오는 군인 손님은 하루 한 팀 있을까 말까"라고 했다.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임승철(58)씨는 "군인들이 나와도 PC방에 가거나 햄버거 먹거나 둘 중 하나이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는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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