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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e 쏘에 Jan 10. 2021

이과수에 가자,

보영(장국영)이 그립다면 아휘(양조위)처럼.

이과수 폭포는 파라과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세 개의 나라에 걸쳐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파라과이에서는 이과수를 볼 수 없다. 대신 브라질 이과수를 여권에 도장을 찍지도 않고, 제나라인 양 쉽게 갈 수 있다. 당시 국경을 넘는 여행은 엄격한 규칙 하에 시행할 수 있었기에 이런 여행지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브라질 이과수에만 네 번 다녀왔다. 아르헨티나 이과수는 국외여행 허가를 받고 한 번 다녀왔고. 이렇게 같은 곳을 여러 번 여행한 적은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이과수가 무척 좋았다.


이과수를 처음 알게 되었던 건 영화 <해피투게더(왕가위 감독, 1997)>에서였다. 영화의 배경은 아르헨티나지만, 사실 아휘(양조위)가 보는 거대한 폭포는 브라질 쪽에 있는 이과수다. (물론 아르헨티나에서도 브라질 이과수를 갈 수는 있다.)

방대하게 걸쳐있는 이 폭포는 두 나라의 특징이 다른데, 나는 브라질에서 보는 이과수가 더 좋다.

브라질에서는 메인 폭포를 보기 위해 40분쯤 산보하듯 가볍게 걷는다. 그 길에 작은 폭포와 그로 인해 생긴 무지개들을 만난다. 그것이 너무 예뻐서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강을 가로질러 놓여있는 다리를 건너 폭포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재밌다. 이슬비, 가랑비를 맞는 것처럼 몸이 다 젖지만,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그렇게 재미나게 걷다가 거대한 폭포에 도달한다. 바로 코앞에서 어마어마한 물줄기가 굉음을 내며 떨어진다. 직접 보아도 비현실적이다.


아르헨티나 이과수는 그 유명한 '악마의 목구멍'이 메인 폭포이다. 물론 아르헨티나 쪽도 그것을 보러 가는 길이 참 예쁘다. 악마의 목구멍도 어마어마한 장관이고. 

동적인 폭포를 정적인 그림으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브라질 폭포는 옆에서, 위에서 보는 풍경이라서 정적 포착이라도 가능하지만, 악마의 목구멍은 거대한 구멍 아래로 물이 빨려 들어가는 모양의 폭포라서 사진으로도, 동영상으로도 그것을 보여주기가 쉽지가 않다. 직접 봐야만 알 수 있다.


걸어서 가보는 것 이외에 이과수를 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전체적인 폭포를 다 조망할 수 있는 헬기도 있다. 제일 인기 있는 것은 배를 타고 폭포로 들어가는 것. 어쭙잖게 우비를 입는 것은 금물이다. 입어도 속옷까지 다 젖는다. 배에서 내릴 때 다 찢어진 우비에 꼴만 더 우습다(내 얘기다ㅠㅜ). 사람들은 속옷으로 수영복을 입고 와서 배를 타기 전 겉옷을 벗고 수영복만 입고 탄다. 여자의 수영복은 모두 비키니다. 몸매를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폭포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에 신난 이들만 있을 뿐. 

수경도 꼭 필요하다. 폭포를 들어갔다 나왔다 여러 번 하는데, 가까이만 가도 쏟아지는 물줄기에 눈을 뜰 수가 없다.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하는 것이 무척 아쉬웠다. 눈을 감고 느끼는 온몸의 감각만으로도 정말 재미있었지만.


폭포 상류의 잔잔한 강에서 배를 타고 놀 수도 있다. 모터보트를 타고 맹그로브 숲에 있는 악어나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고, 바나나 보트를 탈 수도 있다. 같은 보트여도 아름다운 바다에서의 그것보다 아마존 강에서 즐기는 느낌은 왠지 더 짜릿하다. 


오염되지 않은 거대한 자연 속에 있어서, 어디를 가도 다 좋다. 나비도 정말 많이 볼 수 있는데, 내가 꽃이라도 되는 듯 알록달록한 나비들이 손에, 가방에, 어깨에 앉는다. 정글투어에서 만난 노랑나비 떼는 감동 그 자체였다. 꿈에서도 보지 못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곳에 다시 갈 수 있을까. 그 아름다운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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