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 새로운 질문들
어학원 첫날은 레벨테스트가 있는 날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부터 긴장이 온몸에 차올랐고,
아직도 그날의 공기와 냄새, 손끝이 차가워지던 느낌이 생생하다.
신입생의 긴장을 살짝이라도 풀어주려는 듯
선생님들은 따뜻한 커피와 팀빗(팀홀튼의 작은 도넛)을 준비해두었다.
그날 간식을 건네준 선생님과
나중에 그렇게 친해질 줄은 미처 몰랐다.
레벨테스트에서 처음 영어로 자기소개를 했을 때
“아, 드디어 내가 영어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서툰 발음과 더듬거리는 문장이었지만
내가 사는 곳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선생님은 아주 진지하고 따뜻한 태도로 들어주었다.
그 모습이 나를 조금 안심시켰다.
영어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가장 낯설었던 건 ‘질문’ 자체였다.
한국에서는 거의 받아본 적 없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너에게 미래란 어떤 의미니?”
“어떤 순간에 행복을 느껴?”
“너 자신을 어떻게 설명하고 싶어?”
한국에서 흔히 주고받는 이야기의 무게와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우리는 늘 쓸모있는 일, 스펙, 돈, 트렌드, 경쟁 같은
‘즉각적인 성과’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캐나다에서는 나, 행복, 미래, 성장 같은
‘삶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더 큰 충격이었다.
어학원을 다니기 전과 후를 비교하면
커피 주문도 못 하던 내가
외국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친구가 생길 정도로 변화된 것도 놀라웠다.
하지만 가장 크게 변한 건 사고방식이었다.
한국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그렇게 절대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가 존재한다는 사실.
예를 들어 패션만 봐도
10개월 뒤 한국에 돌아왔을 때
획일화된 옷차림과 머리스타일이
그곳 사람들에 비하면 얼마나 비슷한지 금방 느껴졌다.
그때 나는 “아, 나는 정말 다른 세계를 살다 왔구나” 하고 실감했다.
지금 돌아보면,
어학원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영어 수업이 아니었다.
그곳에서의 질문들, 사람들, 환경, 언어가
나의 생각을 한 겹씩 넓히고 깨우는 시작점이었다.
어쩌면 그날부터 나는
조금씩 더 유연해지고, 더 넓어지고, 더 나다운 길로 걸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